Mermaid Chronicles Part 1: She Creature
감독 세바스천 구티에레즈 출연 루퍼스 시웰, 칼라 구기노 장르 호러 출시 콜럼비아
우리에게 익숙한 인어 이야기라면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와 감독 론 하워드 주연 톰 행크스의 <스플래쉬>가 있다. 공교롭게도 두편 모두 디즈니 작품이다. 한 남자를 구해준 인어가, 사랑에 빠져 모든 것을 버리고 육지로 찾아온다. 이 얼마나 낭만적이고 운명적이며 게다가 비극적인 이야기인가. 지고지순한 멜러영화나 상큼한 로맨틱코미디의 소재로 인어는 딱 들어맞는다.
하지만 그것뿐일까. 신화 속의 이야기는 좀 다르다. 율리시즈가 만났던 사이렌은 노랫소리로 뱃사람들을 홀리고 그들을 파멸로 몰아넣는다. 상상 속의 동물이 인간에게 친절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만약 인어가 사람을 원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사랑은 아닐 것 같고 다른 무엇이 있지 않을까. <쉬 크리쳐>는 그런 관점에서, 흥미 위주로 다룬 인어 이야기다. 1905년 아일랜드의 해안가에서 공연을 하던 서커스단의 단장 앵거스(루퍼스 시웰)는, 공연장에 찾아왔던 괴팍한 노인의 집에서 인어를 만난다. 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앵거스는 부하들을 이끌고 인어를 훔쳐온다. 그리고 애인인 릴리(칼라 구기노)와 함께 미국으로 향한다. 간단하게 요약되는 줄거리처럼, <쉬 크리쳐>는 <에이리언>과 고전적인 ‘괴물영화’를 적당히 섞은 통속적인 오락영화다.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탓에 두드러진 특수효과나 액션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시종 적절한 긴장감이 맴돈다.
콜럼비아는 50년대 B급 호러영화의 고전인 <She creature> <How to Make a Monster> <The Day the World Ended> <Teenage Caveman> <Earth vs the Spider>를 리메이크하는 프로젝트 ‘크리처 피처스’를 만들어 <쉬 크리쳐>를 처음 내놓았다. <쉬 크리쳐>는 탐욕 때문에 자멸하는 인간의 모습을 고전적인 방식으로 관찰한다. <주다스 키스>로 데뷔한 세바스천 구티에레즈의 연출력이 탄탄해서, 호러영화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쉬 크리쳐>는 만족할 만한 선택이다. 인어를 여성성의 상징(?)으로 묘사한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특수분장의 거장인 스탠 윈스톤은 제작에도 이름을 올렸고, <다크 시티>의 루퍼스 시웰과 <센터 오브 월드> <스네이크 아이>의 칼라 구기노가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인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