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아카데미가 개교 25주년을 맞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아카데미 개교 25주년 특별전’을 연다. 25년간의 졸업생 작품들 중 기수마다 한편씩 선정하여 상영한다. 동문들을 모아 시네토크도 마련하고 영화제작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의논하기 위해 각 영화학교 교수진들과 함께 모여 세미나도 연다. 축제 속의 작은 축제이다. 박기용 원장을 만나 그간의 준비과정과 계획을 물었다.
-25주년 특별전 준비 과정에 대해 들려달라. =20주년 때는 기념 영화도 만들었지만 올해는 이런저런 외부요인을 감안했다. 국내외에서 특별전을 활발하게 연다는 것이 취지였다. 올해 5월에 카자흐스탄의 알마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매달 국외에서 한 차례씩 특별전을 해왔다. 6월에는 중국의 중앙희극학원, 7월에는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시카프, 8월에는 서울시 좋은 영화 보기 행사, 9월에는 밴쿠버영화제에서 일곱 작품을 선별해서 할 예정이다. 10월에는 알다시피 부산, 11월에는 교토조형예술대학, 12월에는 도쿄에서 하게 될 것 같다. 올해 계획은 그렇다.
-동문회 토크쇼도 연다고 들었다. =두번 할 거다. 12일에 하는 건 선후배 사이인데 감독과 조감독으로 같이 일했던 사람들을 불러서 서로의 애증에 대해서 풀어놓는 자리를 마련할까 한다. 허진호-류장하, 임상수-최동훈 감독 네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13일에 하는 건 봉준호, 민규동, 영화아카데미 이지승 교수, 그리고 또 한명이 참여할 거다. 영화아카데미 졸업생 두명, 영화아카데미와 관련있는 두명을 초대해서 영화아카데미에 대해서 말하게 될 거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토크니까 일화 중심의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많이 나올 거다.
-영화제작교육환경에 대한 세미나는 어떤가. =그건 아무래도 세미나니까 좀 딱딱할 거다. 이건 영화아카데미를 홍보하는 차원에서 계획한 건 아니다. 25년 전 영화아카데미가 생겼을 때와 지금은 환경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그때는 제대로 된 실기교육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일반 영상 대학원이 많이 생겼고, 영상원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서로 한번 역할 구분을 해보자는 거다. 국회에 가서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런 걸 잘 이해 못한다. 영상원도 나름대로 공격을 받고 있고. 두 시간 세미나로 다 해결할 수는 없지만 그런 건설적인 역할 방안에 대해 말하기를 시작해보자는 취지다.
-특별전 상영작의 선정 기준은 어떤 거였나. =우리가 뽑은 건 아니고 동문들이 참여해서 뽑았다. 하지만 우리 생각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던 것 같다. <호모비디오쿠스> <지리멸렬>, 이 둘 중 하나가 1위가 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웃음) 제일 몰표는 <창수의 취업시대>였다. 1기라는 상징성도 있었던 것 같고. 압도적인 1위다.
-장편을 만드는 제작연구과정은 처음에 우려했지만 올해 부산에도 4편 중 3편이나 초청받았다. =1기 때 워낙 성과가 좋아서 오히려 그걸 이어가야 할 텐데 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비슷하게 맞춘 것 같아 안도한다. 애니메이션을 포함해서 다양함이 있다고 자부한다. 여러 차례 말했지만 제작연구과정이 자리잡으려면 5년 정도 더 있어야 한다. 지금은 영화제에서도, 외국에서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얼마 전 한국을 다녀간 영국국립영화학교의 닉 파웰 교장도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내게 전갈을 보내왔다. 자기들도 시작하려고 준비 중인데 좋은 공부가 됐다고. 학교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안다. 장편을 만들자는 욕구가 많은데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그런데 국내에서는 일부 영화인들을 제외하면 이해가 좀 부족한 것 같다. 차차 나아지겠지.
-지난해 제작연구과정을 거친 학생들의 요즘 행보는 어떤가. =올해 부산에서 지원받은 백승빈은 현장 경험이 없다. 영화아카데미 2년 마치고 1년 만에 장편영화를 만든 거다. 이숙경은 2년 만에 성과를 냈다. 그런 면에서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 우리가 만든 애니메이션은 지난해에 한국에서 만들어진 유일한 장편애니메이션이었다. 1년에 장편애니메이션 한편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다들, “네가 애니메이션을 몰라서 그러는데 절대적인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 안된다”고 했다. 그때 딱 한 사람 이성강 감독은 가능하다고 하더라. (웃음)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바뀐 것과 영화아카데미의 향방은 어떤 관계가 있겠나. =그건 말하기 아직 좀 이른 것 같다. 강한섭 전 위원장 때는 워낙 왔다갔다했다. 나에게 개편 방안을 만들라고 하던데, 아니 내가 개편방향에 동의를 못하는데 어떻게 개편방안을 만들겠나, 그렇게 신경전을 하다가 1년이 지났다. 새 위원장은 아직 업무보고도 안 했으니까 딱히 그런 이야기를 할 시점이 아닌 것 같다. 위원장이 되기 전에 밖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알지만 그걸 근거로 예단할 수는 없다. 입장이 달라졌기 때문에 지금은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이번 특별전 상영작 중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역시 나도 <창수의 취업시대>인 것 같다. 아카데미 들어오기 전에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데 그때 본 충격을 지금도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