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이 마녀라면서요. =미녀 아닌가요?
-에이 그럴 리가요. 샌드라 불럭 닮았는데 미녀라고 불릴 리가요. 남자 조수를 시종처럼 부리면서 마녀 정도 별명으로 그친 게 다행이죠. =언짢네요. 제가 남자였어도 사람들이 그런 별명을 붙였을까요? 이건 오로지 힘있는 여자 상사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에요.
-그건 아닌 거 같은데요. 남자였다면 더 심한 별명이 붙었을 거라고요. 제가 주변에서 들었던 남자 상사들 별명만 해도… 음. 도저히 지면에서 밝힐 수조차 없을 만큼 민망한 별명들이구먼. 여하튼 힘있는 비즈니스 우먼들이 좀 무서운 건 사실이잖아요. 영화계에서도 여자 감독들이 사실은 제일 무섭다는 소문이 자자…. =그러니까 그런 게 다 편견이라는 거예요. 일하는 여자들이 다 프라다를 입은 악마는 아니라고요.
-무가당 두유 카페라테를 쏟고 눈물을 쏟던 당신 조수는 그렇게 생각 안 할 텐데. 커피를 쏟을 게 얼마나 무서웠으면 아침마다 똑같은 커피를 두개 주문해서 회사에 들고 오겠어요. =그게 아니라 그 친구도 무가당 두유 카페라테를 좋아한다잖아요.
-세상에 무가당 두유 카페라테를 좋아하는 남자는 없어요. =거참 취향 비좁으시네.
-적어도 전 아니에요. 전 휘핑크림을 잔뜩 얹은 화이트 초콜릿 모카가 좋아요. =제 조수로 들어오실 생각은 버려야겠네요. 전 휘핑크림 입 주위에 묻히고 출근하는 칠칠맞은 남자는 조수로 사양입니다.
-휘핑크림이 문제가 아니시겠죠. 딱 보아하니 전 키 때문에라도 안될 것 같더군요. 라이언 레이놀스 처럼 키가 190cm 넘는 미남을 조수로 앉힌 속셈이 대체 뭐예요? =속셈? 전 순전히 능력 하나만 보고 조수를 뽑습니다.
-그럴 리가 없지. 라이언 레이놀스의 떡 벌어진 갑바에 꽂혀서 고용한 거 아닌가요? 가슴 큰 금발을 비서로 들이는 남자 사장들 속셈과 다를 게 뭐 있습니까 대체. =그럼 솔직해지죠. 네. 맞습니다. 인물 보고 뽑았어요. 사실 인물 보고 뽑으려고 작정을 했어요. 여자사원들 구인공고 내면서 키랑 몸무게랑 기재하라는 한국 기업들에 비하면 양반이지 뭐. 당신들도 그게 어떤 기분인지 한번 느껴보라는 의미로 제일 키 크고 잘생긴 놈으로 고르고 골라서 뽑았수다.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키 180cm 넘고 매일매일 체육관에서 복근 키운 젊은 남자애들만 일하는 출판사를 하나 새로 창업할 생각도 있수다. 불만있나요?
-아니. 불만이 있는건 아니지만서도 어째 좀…. =뭐 임마. 그거 알아? 너 같은 애는 우리 출판사에 원서도 못 내게 만들어줄 거야. 그리고 다음 인터뷰 때는 김혜리 오라 그래. 김혜리가 꼬인 사람들인가 뭔가 하는 거 있잖아. 여자들끼리 훈남들 이야기나 좀 길게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