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절이라 죄송해요 ★★★★★ 구할 수 있다면 모노를 추천 ★★★★★
비틀스는 ‘살아 있는 전설’이다. 부정할 필요도, 굳이 온갖 자료를 들먹여 ‘신화’에 힘을 보탤 이유도 없다. 모두가 그걸 알기 때문이다. 물론 온 인류가 입을 모아 비틀스를 칭송하는 덴 다 이유가 있다. 1963년에 첫 앨범을 발표한 청년들은 20세기 내내 대단했고 그중 몇이 세상을 떠난 21세기에도 대단하다. 물론 비틀스 신화는 1960년대 제1세계의 정치·문화·사회적 격변기와 결합해 형성된 바가 크고, 원곡을 어떤 형태로도 제공하지 않는 비틀스와 EMI의 사업적 태도와도 연관이 깊다. 비틀스는 영화나 드라마, 인터넷 어디서도 음원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김성수 감독의 <비트> 엔딩에 흐르던 <Yesterday>가 국제 논란으로 비화될 뻔했던 아련한 해프닝!) 오로지 음반으로만 존재할 수 있다. 인터넷 어디서도 비틀스를 제대로 들을 수 없는 이유다. 비틀스의 오리지널리티와 신화는 바로 그렇게 형성되고, 그 신화 아래에서 유지되는 팬덤은 차라리 종교적이다.
그래서 잊을 만하면 새로 발매되는 비틀스 관련 앨범을 EMI의 ‘떡밥이자 밥줄’이라 생각했다. 새로 발매된 비틀스의 박스세트에 대해 다소 냉소적이었던 건 그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몇년 전에 다른 박스세트가 발매되었다(당시 마케팅도 대단했다). 따라서 아무리 ‘모노와 스테레오’ 버전으로 나눠진 한정판이라고 해도, 아무리 ‘현존하는 최고의 기술로 재현한 음질’이라는 찬양글을 봐도 버텼다. 하지만 이런저런 경로로 새로운 박스세트를 들어본 결과, 이번 패키지는 정말 대단하다. 어쩔 수 없다(혹은 당연하다), 비틀스니까. 한정판이었던 모노 버전에 대해 ‘비틀스는 모노가 진리’란 찬사도 넘친다. 그렇다고 당장 지갑을 열 필요는 없을 거다. 모노든 스테레오든 이 박스세트는 이미 다 팔렸으니까. 매장에는 낱장으로 판매되는 스테레오 버전의 앨범들만 남았을 뿐이다. 그걸로 만족할 사람도 있을 거고 향후 수년간 눈에 불을 켜고 박스세트를 찾아다닐 사람도 있을 거다. 얼마 뒤 이베이에 그 몇배의 가격으로 등록될 것이기도 하다(장담한다). 그러므로 신화는 ‘레어 아이템’으로 재생산된다(아하!). 내친김에 잡생각 하나 더. 1962년 당시 풋내기 비틀스에게 ‘트렌드와 다르다’며 계약을 거절한 데카 레이블은 20세기 내내 얼마나 후회했을까. 신화는 교훈적이기도 하다(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