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tum- a rest, 2005, stone, iron pole, photo Andre Morin
비디오아트에 백남준이 있다면, 조각에는 이우환이 있다. 40년간 돌과 철판을 주 소재로 작업해온 이우환 작가는 일본 미술의 한 경향인 ‘모노하’의 창시자로 불린다. ‘모노하’(もの派)란 나무, 물, 점토, 철판 등의 소재를 있는 그대로 놓아둠으로써 사물과 공간 각자의 고유성과 관계성을 살피는 미술 장르를 뜻한다. 주요 소재인 돌과 철판을 예로 들면 돌의 자연성과 철판의 인위성이 한 작품 안에서 따로 또 같이 공존하는 것이 ‘모노하’적인 작품이다. 별다른 기교나 수식이 없는 이우환 작가의 작품은 간결하고 소박해 보이는 동시에 자연과 인공의 소통과 교류라는 깊은 철학을 담고 있다. 이러한 작품의 특성은 동양 사람들이 추구하는 미덕이기도, 서양 사람들이 동양 미학에 기대하는 판타지이기도 하다. 때문에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고 프랑스 문화성으로부터 예술가 훈장을 수여받는 등 국제 무대에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작가임에도 한국에서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사실은 안타깝다.
이우환 작가의 이번 개인전에서는 돌과 철판의 관계를 구현한 아홉 종류의 조각 작품이 전시된다. 돌에 살포시 몸을 기댄 가느다란 철판 조각이나 철판의 가장자리를 맴도는 돌에서 어떤 수줍음이 느껴진다. 왠지 ‘소년, 소녀를 만나다’류의 제목을 붙이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