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걷는 소녀>의 주인공 미호는 데이트를 해본 적도, 누굴 좋아해본 적도 없는 소녀다. 영화는 그녀의 뜻하지 않은 첫사랑을 그린다. 상대는 100년 전에 살고 있는 남자다. 웜홀에 빠진 미호의 휴대폰이 그에게 날아가 두 남녀는 시공을 초월한 통화를 한다. 설렘만이 있을 뿐, 만날 수 없는 첫사랑이라니. 하지만 미호를 연기한 가호에게는 익숙한 사랑일 것이다. 외모를 보면 누군가의 첫사랑이 되어야 마땅하지만,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의 소요와 <노래혼>의 가스미 등 가호는 줄곧 첫사랑의 대상이 아닌, 주체를 연기하곤 했다. 세 번째 첫사랑을 끝낸 가호와 서면으로 대화를 시도했다. 현실에서도 10대 소녀인 그녀는 수줍은 답변을 보내왔다.
- 지금 드라마 촬영 중이라고 들었다. 어떤 작품이고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나. = <오토멘>이라는 드라마를 촬영하고 있다. 오토멘은 순정만화와 귀여운 캐릭터를 좋아하고 요리와 바느질, 청소도 능숙하게 해내는, 여자보다 더 여성스러운 남자를 말한다. 내가 맡은 미야코즈카 료는 청순한 모습과는 다르게 어렸을 때부터 경관인 아버지의 지도 아래 무술을 몸에 익힌 씩씩하고 야무진 캐릭터다. 대신 집안일은 완전 서툴다. 주인공 마사무네가 좋아하게 되는 여자다.
- <미래를 걷는 소녀>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 ‘불가사의한 이야기’라는 게 첫인상이었다. 애절한 이야기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시대를 뛰어넘는 러브스토리라기보단 원거리 연애에 가까운 감각으로 연기했다.
- 만약 100년 전, 혹은 과거의 사람과 전화로 연결할 수 있다면 누구와 하고 싶나. = 역사적인 인물과 이야기하는 게 재밌을 것 같다. 영화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나쓰메 소세키와 통화해 보는 게 어떨까 싶다. 왠지 어딘가 기이한 캐릭터일 것 같아서.
-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노래혼> 그리고 <미래를 걷는 소녀>까지 모두 첫사랑을 겪는 소녀를 연기했다. 혹시 답답하지 않은가. 모두 데이트도 못해보고 사랑도 잘 모르는 소녀들이다. = 나도 현실에서는 여러 가지로 바쁘게 살고, 그래서 누군가를 사귀지 못한다. 그러니 드라마나 영화에서 첫사랑을 연기해보는 것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 나름 좋은 경험을 쌓는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들 모두 내 또래인 여고생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여러 가지로 공통적인 부분이 있지 않을까? 물론 각각의 캐릭터가 조금씩 달랐으니 다른 점도 있을 거다. 특히 미호는 할 말 다하는 똑 부러진 성격인데, 그런 점은 나랑 전혀 다르다.
- <동경소녀> 속 주인공인 도키지로는 100년 전 남자답게 정중한 예절이 있고, 시를 적어 사랑을 표현한다. 극중에서 미호는 도키지로가 가진 그런 태도에 신선함을 느낀 것 같다. 만약 당신이 현실에서 그런 남자친구를 만난다면 어떨 것 같나. = 현실에서는 찾기 힘든 남자가 아닐까? 그래도 개인적으로 매력있다. 요즘 남자들보다 더 멋있을 것 같다.
- 배우가 아닌 한명의 10대 소녀로서 생각할 때, 그처럼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소녀를 연기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쑥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할 것 같다. 당신의 가족, 주변 친구들은 뭐라고 하나. = 내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다들 대단한 소녀들이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의 소요도 그렇고, <미래를 걷는 소녀>의 미호도 그렇고. 나라면 그 상황에서 그들처럼 잘 감당할 수 있었을까 싶다. 물론 나랑은 다른 소녀들이다. 가족들은 항상 낯설어한다.
- 초등학교 5학년 때 도쿄 오모테산도를 걷다 스카우트된 것으로 알고 있다. 원래 배우 혹은 모델을 하고 싶었나. = 전혀. 캐스팅이 되기 전까지는 방송이나 연기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 처음 시작했을 때와 지금 갖고 있는 태도는 다를 것 같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 연기에 대한 자각이나 의식이 가장 많이 변했다고나 할까. 예전에는 그다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 욕심을 갖고 있는 캐릭터가 있나. = 딱히 어떤 역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매번 그때 그때의 내 자신을 전부 보여줄 수 있는 연기가 가능한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 지금보다는 연기의 폭이 좀더 넓어질 것 같다.
- 배우가 아닌 한명의 인간으로서 가진 꿈은 무엇인가. 어릴 적 꿈은 ‘달콤한 케이크를 파는 사람’이었다고 들었다. = 지금도 케이크나 초콜릿 같은 단맛이 있는 음식을 좋아한다. 패션에도 관심이 많다. 중학생 때만 해도 망상에 젖거나, 거의 생각없이 지내서 장래에 관한 질문을 받아도 모른다고만 답했다. 그때는 여러 가지로 불안했던 시기였으니까. 그래서 미호처럼 본인의 꿈이 확실히 있는 걸 보면 대단한 것 같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앞으로도 내가 좋아하고 흥미있는 일을 계속 해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