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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기대작] 10.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
주성철 2009-09-22

히가시노의 합격점 받은 시나리오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이하 <백야행>)는 일본의 인기 미스터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용의자 X의 헌신>(2008) 등의 원작자로 국내 관객에게도 익숙한 작가다. <백야행>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제목 자체가 익숙한 것처럼 2000년 일본에서 출간돼 단숨에 베스트셀러로 올라섰으며, 2006년에는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여기 출연한 아야세 하루카가 자신의 출연작 중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꼽기도 했던 작품이다.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한 남자가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피해자가 15년 전 벌어진 살인사건에 관련된 인물임을 알게 된 수사팀은 그 사건의 담당 형사였던 동수(한석규)를 찾아간다. 과거를 회상하던 동수는 피해자의 아들이었던 요한(고수)을 떠올리게 되는데, 당시 14살 소년의 완벽한 알리바이와 유력 용의자의 자살로 수사를 종결했었다. 한편, 재벌총수 승조의 비서실장 시영(이민정)은 승조를 위해 승조의 약혼녀 미호(손예진)의 뒤를 쫓는다.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한 사람처럼 보였던 미호의 생활에 얼룩 같은 과거들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그렇게 서로 다른 대상을 쫓던 시영과 동수가 한자리에서 만나게 된다.

무엇보다 한석규와 손예진의 만남이 눈에 띈다. 사건을 무리하게 조사하다 자신의 아들을 잃은 형사 역의 한석규는 얼핏 <텔미썸딩>(1999)을 떠올리게 하고, 왠지 모를 어두움으로 가득찬 손예진의 모습은 <무방비도시>(2008) 그 이상으로 난이도 높은 연기 도전이다. 제대 뒤 처음으로 영화에 출연하는 고수가 살인마로 돌아오는 것도 인상적인 대목. 그에 비해 박신우 감독의 이름은 낯선데, 영상원 출신으로 단편 <미성년자 관람불가>가 2005년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적 있다. 연출이 결정된 뒤 직접 만든 동영상 콘티로 투자자와 배우를 설득했다고. 원작자의 예의상 발언일지는 모르겠으나 드라마 <연애시대> 등을 썼던 박연선 작가가 각색한 시나리오를 두고 히가시노 게이고는 합격점을 줬다고 한다.

UP 전작 <눈에는 눈 이에는 이>(2008)에서 완전범죄를 성사시켰던 한석규가 이제는 반대의 위치에 섰다. 한석규가 어지간해서는 쉽게 움직이지 않는 배우임을 감안하면 그가 출연을 결정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치는 높아진다.

DOWN <백야행>은 이미 ‘일드’족 사이에서 ‘기본’인 드라마가 됐을 정도로 사실상 익숙하다. 영화가 보여줄 중요한 비밀과 반전이 원작으로부터 얼마나 창의적으로 변형됐을지가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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