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9월15일(화) 오후 2시 장소 용산CGV
이 영화 루 게릭병에 걸린 종우(김명민)는 하나뿐인 혈육인 어머니를 잃는다. 그리고 장례를 치르기 위해 장의지도사 지수(하지원)가 종우의 상가를 찾는다. 두 사람은 어릴 적 한때 좋은 관계였던 사이다. 곁에 아무도 남지 않은 종우는 지수에게 사귀자고 말하고, 지수 또한 시체를 닦아줘 다른 이들로부터 혐오감을 자아냈던 자신의 손을 ‘세상에서 가장 예쁜 손’이라 불러주는 종우가 싫지 않다. 결국 둘은 사랑을 하게 되고 결혼에까지 이른다. 하지만 종우의 병세는 악화된다. 의식과 감각은 멀쩡하지만 사지가 점점 굳어가면서 종우는 죽음과 점점 가까워지고 의도적으로 지수를 떼어놓으려 한다. 지수는 헌신적으로 종우를 돌보지만 죽음의 그림자 앞에서 둘의 관계는 풍랑을 만난다.
100자평
둘의 사랑은 운명적이다. 남자는 어머니의 죽음과 찾아온 이 여자를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여자는 세상 사람들이 멸시하던, 그래서 이혼도 두번씩이나 당하게 했던 손을 사랑해주는 이 남자가 천상베필이다. <내 사랑 내 곁에>는 박진표 감독의 <너는 내 운명>처럼 세상의 주변부에 자리한 남녀가 절박한 사랑을 나누는 과정을 그리는 영화다. 닭살스럽고 순정하고 징글징글한 사랑 이야기를 담는다는 점에서는 <너는 내 운명>과 비슷하지만, 예정된 죽음이라는 절벽이 주인공들을 가로막고 있기에 전반적인 정조는 사뭇 다르다. 박진표 감독은 두 사람의 이야기 외에 종우와 함께 병실을 쓰는 다른 환자와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이야기를 다채롭게 만들려 하지만, 주인공 남녀를 짓누르는 공기를 가볍게 만들지는 못한다. 통속스럽고 신파적인 사랑 이야기를 대중적인 화법 안에 담아냈던 <너는 내 운명>과 달리 <내 사랑 내 곁에>는 그 무거운 공기를 통제하지 못함으로써 절반의 성공만을 거둔 듯 보인다. 김명민과 하지원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고 임하룡, 손가인 등의 연기 또한 생동감 있다. 문석 <씨네21> 기자
박진표 감독은 어쩌면 허진호 감독의 세계를 동경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병원 속 사람들, 죽음을 앞둔 주인공이라는 설정은 너무나 익숙하지만 직접적으로 허진호 감독의 <행복>과 <외출>을 떠올리며 영화를 보게 됐다. 그럼에도 루게릭 환자의 성욕과 그 섹스를 보는 것은 <죽어도 좋아>를 또한 불러온다. 그러면서 영화는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한다. 전체적으로 군더더기가 많다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주인공 김명민이 6인실로 옮겨가면서부터는 영화가 안정을 찾는 느낌이다. 김명민을 생각하며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고생은 의외로 하지원이 더 한 것 같다. 주성철 <씨네21> 기자
이 영화를 관통하는 제 일 원칙이 사랑인 건 알겠다. 그러나 소재를 루게릭병으로 했다면 적어도 투병 과정에서 그 아픔이 전달되어야 했다. 하지원이 손발을 묶고 잠깐 대리체험하며 깨달을 수 있는 고통이라면 애초 이 영화의 도전 지점을 루게릭병으로 해선 안됐다. 영화 어디에도 루게릭병에 대한 존중은 드러나지 않는다. 아픈 사랑을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건 음악, 또 음악, 귀를 거슬리게 하는 음악 뿐이다. 그걸로 잠깐의 슬픔을 종용할 순 있겠지만, 속깊은 아픔을 전달할 순 없다. 안타까운 건 극도의 체중을 감량으로 고생을 배로 한 김명민의 마른 몸이다. 이화정 <씨네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