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가족부는 2050년이면 세계 최고 수준의 노령화에 이른다는 한국의 미래를 위해 시급히 해야 할 일이 있다. 아르헨티나와의 FTA를 통해 품질 좋고 싼 와인과 탕게로스의 수입을 장려하는 일이다. 왜냐고? <여인의 향기>를 보라. 노년의 알 파치노에게 환희를 안겨주던 탱고신은 감탄스럽지 않던가. 나이차 40년은 돼 보이는 파트너와의 춤은 몹시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카를로스 사우라의 <탱고>에서도 노년의 탕게로(탱고 추는 남자)는 시처럼 우아한 춤을 춘다. 지금, 서울에서 공연 중인 <Fever TangoⅡ>에서도 가장 안정적이고 박력있는 매력을 보여주는 건 40대 중반의 바리엔토스 알레한드로 우고였다.
탱고의 국가적 장려라는 건 허망한 농담이지만 탱고가 남자, 특히 노년에게 무리가 가지 않는 건 분명하다. 개인적 취향이지만, 탱고의 가장 큰 매력은 사카다와 볼레오에 있다. 사카다는 다리와 다리를 맞닿게 하거나 어느 한쪽을 걷어내는 동작이고, 볼레오는 한쪽 다리로 반대 다리를 감는 듯 곡선을 그리는 동작이다. 사카다에서 남자는 맵시있게 걸어나가면 되고, 볼레오에서 남자는 여자가 우아한 다리 동작을 할 수 있도록 조력만 해주면 된다. 아마추어적 견해를 좀더 드러낸다면 사실 밀롱가에서 남녀는 리듬에 맞춰 잘 걸어주기만 해도 좋다. 노년에게 무리될 게 없다는 뜻이다.
탱고의 관능미는 견제에서 출발한다. 상체는 아주 가까운, 그러나 일정한 거리를 두고 꼿꼿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요는 그 밑이다. 다리로는 온갖 방식으로 대화를 나눈다. 밀어내고 당기고 교차하고 감고…. <Fever TangoⅡ>에서 7명의 젊은 탕게라(탱고 추는 여자)들은 김연아처럼 매혹적인 미소와 애크러배틱한 동작들을 마력처럼 펼친다. 매끈하고 탄력있는 옷감에 과감한 노출을 마다않는 의상까지 더해 탱고의 관능미를 자극한다. 4년 전 내한해 10분간의 공연으로 기립박수를 자아냈던 파블로 베론(영화 <탱고 레슨>의 주인공이기도 했던)의 기량에는 미치지 못하나 탱고에 대한 갈증을 채우기에는 충분한 공연이었다. 흠이 있다면 기획을 맡은 탕게로 공명규씨의 과한 등장이었다. 한두번이었으면 족했을 그의 협연이 주연급에 이르자 객석에서 불평이 터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