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초이스 > 공연
[전시] 모카신의 원조를 아시나요
장영엽 2009-09-17

<신발의 역사, 발의 초상 전>/9월16일~11월8일/성곡미술관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 ‘신발교’ 신도들에게 추천 ★★★★★

현대 여성들은 아기처럼 애완동물처럼 구두를 키운다. 밥 굶어 구두 사고 정성스레 손질하며 연인 대하듯 애정을 준다. 여기에 요즘에는 남성들도 합세했다. 뒤늦게 신발에 매료된 남자들은 당당하게 굽 높은 신발을 신고, 전투적으로 빈티지 운동화를 사들이는 중이다. 이쯤 되면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캐리가 외쳤던 그 대사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건 그냥 신발이 아니에요. 신화라고요!”

신발에 종교처럼 매혹되어본 슈어홀릭에게 이번 전시는 순례지나 다름없을 듯하다. <신발의 역사, 발의 초상 전>은 18세기부터 21세기까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시대의 패션을 만들었던 64켤레의 신발을 전시한다. 1961년 찰스 주르당의 하이힐과 19세기 북아메리카의 진짜 모카신, 조선시대 무용수의 비단신이 함께 전시된 풍경은 그야말로 별천지다. 5개의 주제- 로큰롤과 바로크, 스포츠와 자연, 정치 혹은 호사, 관능적 혹은 대담함, 기괴함- 로 분류된 이 글로벌한 구두 컬렉션은 희소가치 높은 구두를 보유하기로 유명한 프랑스 로망국제신발박물관의 소장품으로, 그곳의 큐레이터들이 직접 엄선했다고 한다.

먼저 로큰롤·바로크 섹션에는 오튀쿠튀르 패션쇼에서나 볼 법한 장식성 강한 신발들이 대부분이다. 화려함이 핵심이었던 바로크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그중 찰스 10세가 19세기에 신었던 신발은 최근 많은 여성들이 신고 다니는 스트랩 펌프스와 매우 유사한데, 2세기 만에 황실 구두가 대중적인 신발이 되었다는 사실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스포츠와 자연 섹션에서는 인간의 신체를 고려해 유연하고도 과학적으로 설계된 신발들을 소개한다. 모카신의 원조격인 북아메리카 인디언의 모카신과 플랫슈즈 브랜드의 대명사인 레페토의 신발이 눈에 띈다. 레페토는 프랑스의 영부인 칼라 브루니가 남편 사르코지와 키를 맞추기 위해 신었던 플랫슈즈로도 유명하다. 정치 혹은 호사 섹션에는 신분 또는 지위의 아이덴티티를 강하게 드러내는 신발들이 포진해 있으며, 관능적이고 대담한 신발을 모아놓은 네 번째 섹션에서는 19세기 중국의 전족 신발을 볼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기괴한 신발을 모아놓은 다섯 번째 섹션에 ‘코리아 샌들’이란 명칭으로 한국의 짚신이 소개된다는 것. 하긴 구멍도 뻥뻥 뚫린데다 짚으로 엮어 만들었으니 프랑스인들의 눈에는 기괴하게 보이겠다 싶기도 하다. 신발을 테마로 한 현대미술작품 전시도 컬렉션과 함께 진행되니 놓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