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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팩스턴] 소녀는 도움닫기 중
장미 2009-09-18

<왼편 마지막 집>의 사라 팩스턴

소녀는 강간당한다. 이를 악물고 버둥거려도 소용없다. 혼미한 와중에 수영선수의 특기를 발휘해 호수에 뛰어들지만 결국 총에 맞는다. <왼편 마지막 집>에서 사라 팩스턴이 맡은 역할은 메리, 1년 전 장남을 잃은 콜린우드 부부의 단 하나 남은 아이다.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려는 심산으로 소녀를 범하고 사냥한 범죄자 일당은 우연히 그 부모의 산장에 도착한다. 슬픔을 넘어 격렬한 분노에 빠져든 부부는 그들에게 죽음의 복수를 가한다. 피가 튀고, 살점이 타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경력을 쌓은 다른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1988년생 사라 팩스턴의 무기는 청초한 아름다움이다. <왼편 마지막 집>도 이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이용하길 꺼리지 않는다. 영화 초반 물속을 유영하는 그녀의 희고 말간 몸을 카메라는 정성들여 관찰한다. 여인으로 피어나기 직전인 이토록 달콤한 소녀가 진흙에 머리를 박고 처참하게 나뒹구는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라는 듯이. 그러나 그 속의 영혼은 끈질기고 지독하다. 소녀는 울부짖는 대신 돌을 쥐고 주먹을 휘두른다. 얼핏 전형적인 캘리포니아걸로 보이는 사라 팩스턴도 메리와 동류인 소녀다. 1997년 <라이어 라이어>로 영화 데뷔해 어느덧 40편 이상의 작품에 출연한 어린 프로페셔널은 자신의 꿈을 두고 어머니를 설득했을 때를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빌고, 빌고, 빌었다. 몇년 뒤 엄마는 마침내 연기 수업에 참가하는 걸 허락했다. 어떤 아이들은 하루 종일 밖에서 놀면서 보냈지만 나는 언제나 영화를 보고 있었다. 한편이 끝나면 또 한편, 또 한편, 반복해서.”

부모의 영향으로 웨스턴을 비롯해 고전영화를 즐겨 관람했다는 사라 팩스턴은 물론 빅스타는 아니다. 대표작은 슈퍼히어로영화를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한 <슈퍼히어로>를 제외하곤 생경한 제목들인 <아쿠아마린> <슬립오버>, TV시리즈 <다시의 야생 인생> <서머랜드>. “파파라치는 나를 쫓지 않는다”는 대답을 겸양의 징표로만 해석할 필요도 없다. 데뷔앨범 ≪The Ups and Downs≫를 내고, 모델 일에도 도전하는 등 여러모로 도움닫기 중이다. 그러나 아역의 허물을 비스듬히 벗어던진 이 소녀는 더욱 매혹적인 나비로 탈바꿈할 것임이 분명하다. 살구빛 입술이 내뱉는 똑 부러지는 말들이 증명하듯이. “앤 해서웨이가 커리어를 다루는 방식을 정말로 존경한다. 그녀는 디즈니의 가벼운 로맨틱코미디인 <프린세스 다이어리>에서 갑자기 <레이첼, 결혼하다>로 넘어갔고, (오스카에)노미네이트됐다. 나 역시 그녀처럼 멀리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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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GAM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