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죽었다. 열달 전에 헤어진 그녀와 함께 길렀던 고양이다. 이름은 구름이, 나이는 두살, 품종은 러시안 블루, 성별은 수컷이다. 헤어진 연인은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서 반드시 만난다고 하는데, 여자와 남자는 구름이의 장례식을 위해 1년여 만에 다시 만났다. 그동안 여자는 머리를 길렀고, 쌍꺼풀 수술을 했다. 남자도 머리 스타일이 달라졌고, 안경을 바꿨다.
지난 여름 미디어다음 만화속세상에서 7부작으로 연재된 단편 웹툰 <고양이 장례식>은 <오즈의 마법사>를 모티브로 한 <도로시 밴드>라는 만화로 주목을 받았던 홍작가의 작품이다. 특별한 사건도 없고, 강한 갈등도 없는 이 만화는 헤어진 연인을 위한 소품이다. 만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둘이 처음 만났던 그때를 되돌아보는 구성을 취한다. 스크롤 만화의 장점을 살린 장면 전환이 절묘하다. 술에 취한 과거의 여자가 편의점 알바를 하던 남자에게 “자일리톨이 좋아요? 후라보노가 좋아요?” 물어보는 장면 다음에 현재의 여자가 껌을 씹으면서는 남자에게 “껌 줄까?”라고 물어보는 식이다.
이 만화의 다른 특징을 꼽자면 짧다는 것이다. 단편의 묘미가 있다. 각 에피소드에서도 이런 맛을 잘 살렸다. 2화에선 결혼식장에서 둘이 처음 만났던 장면, 3화에서는 방금 설명한 껌에 대한 기억, 4화에서는 자주 가던 카페가 없어진 소식 등 사소해 보이는 추억들이 나름의 완결성을 지닌 이야기 구성으로 나열된다. 물론 마지막화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수렴되는 장면이 나온다.
마지막화 댓글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 만화를 보고 “별거 없는데 이상하게 소름이 돋는다, 가슴이 먹먹하다”고 평가했다. 쉽게 예상할 수 있는 “헤어진 남자친구 생각나서 울었다”는 댓글도 많았다. 이별의 아픔이 어느 정도 아물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이 만화를 추천하고 싶다. 헤어진 지 얼마 안된 사람이 본다면, 그 알싸한 맛을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