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치즈 케이크를 굽는 남자의 노래. 우엉남의 멜로디다. 마쓰야마 겐이치가 연기한 <디트로이트 메탈시티>의 주인공 네기시의 음악처럼 말이다. 가지 히데키의 11번째 정규앨범이 국내 발매됐다. 2년 전 특별판으로 나온 베스트 앨범 이후 두 번째다. 영화 <디트로이트 메탈시티>의 주제곡인 <Amai Koibito>와 삽입곡 <라즈베리 키스>가 수록돼 있다. 가지 히데키의 노래는 말랑하다. 스웨티시 팝의 부드러운 정서 그대로다. 하지만 그의 노래가 비어 있진 않다. 세세한 일상 묘사와 파스텔풍 멜로디는 탄탄한 전자 사운드와 록 템포의 힘을 받고 있다. 편안하게 흥얼거리지만 귀에 긴장을 늦추진 못한다. 브릿지에서 나와 솔로로 활동한 지도 벌써 10년이 넘은 그의 이력 덕택일 거다.
앨범은 하프비(Halfby)가 피처링한 <Half Time>을 사이로 정확히 전반과 후반으로 나뉘는데 어느 한쪽 처지지 않고 팽팽한 균형을 이룬다. 닐&이라이자의 호리에 히로히사가 프로듀싱한 <엔젤릭 심포니>가 눈에 띄며, 고지마 마유미가 함께 부른 <The Breaking News>로 문을 닫는 구성은 깔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코넬리우스가 피처링한 <1000 Heartbeats>는 필청 트랙이다. 달콤한 멜로디의 노래를 빈티지한 사운드로 수려하게 마무리했다. 올해 봄 무산됐던 클럽데이 방한이 9월 열리는 그랜드민트페스티벌에선 확정됐다고 한다. 이제 그의 롤리 팝을 즐길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