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커버의 ‘00주년 스페셜 에디션’ 스티커를 좋아하지 않는다. ‘디지털 리마스터링’도 마찬가지다. 집에 있는데, 죽어라 들었는데 같은 걸 왜 또? 그러니까 ‘진정한 컬렉터의 오체투지’와는 멀고 먼 심보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매드체스터 사운드를 ‘발명’해낸 스톤 로지스의 데뷔앨범이 ‘20주년 기념’으로 ‘디지털 리마스터링’되었다. 맙소사, 스톤 로지스라니! 그 가치를 동어반복할 필요는 없겠으나 한말씀만 드리자. 1989년 5월에 발매된 ≪Stone Roses≫는 온갖 ‘복고’가 대유행하는 바로 지금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기타 팝과 디스코, 60년대와 80년대를 충돌시킨 이 앨범이야말로 올웨이즈 페이보릿 디스크다. 그런데 ‘디지털 리마스터링’에 이토록 호들갑스러워지는 건 뭣보다 오리지널이 시원찮아서다. 볼륨을 잔뜩 높여도 이상하게 들리던 앨범이 리마스터링되니 그야말로, 그분께서 만드신 뒤 ‘듣기에 좋다’ 하셨다고 사기치고 싶을 정도다. 물론 ‘진정한 컬렉터의 경지’로 가는 에스컬레이터, 27만원짜리 박스세트도 동시에 나왔다. 아 그래, 밥 좀 굶고 데이트 안 하면 되지 뭐. 각오를 다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