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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창작은 창작 스타일은 스타일

≪Heartbreaker≫/지 드래곤/ 엠넷미디어 발매

핫이슈 지수 ★★★★★ 스타일리쉬 지수 ★★★★

지 드래곤의 솔로 앨범 ≪Heartbreaker≫가 온·오프라인 시장의 정점을 쳤다. 공개와 동시에 표절 논란에 휩싸여 소니ATV가 저작권 침해 여부를 의뢰한 중의 결과다. 언론은 이미 ‘압도적인 판매량이 표절 논란을 잠재웠다’는 식의 기사를 발행했다.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시장은 아무것도 밝혀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건 평론가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들은 전문가들에게 표절이냐 아니냐를 따지며 ‘정의구현’을 요구하지만 사실 21세기에 그게 완벽히 밝혀지긴 어렵다.

<Heartbreaker>와 <Butterfly>가 표절인가? 듣자마자 연상되는 곡이 있는 건 분명하다. 이미 많은 저널에서 지적했듯 그건 문제적이다. 설명이 필요한데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표절을 피하는 교묘한 ‘커트 앤드 페이스트’를 지적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지 드래곤에 대한 대부분의 비판은 그걸 외면하는 태도를 겨냥한다. 비판하는 입장에서 뻔히 들리는 걸 왜 ‘100% 순수창작’이라고 부정하기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장르에서 ‘인용’은 결과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 영화가 그렇고 소설이 그렇고 미술과 디자인과 패션이 그렇다. 영향받은 작품의 언급이 창작자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오마주’라 부르든 ‘레퍼런스’라 부르든 상관없다. 그런데 유독 ‘한국 대중음악계’는 그걸 병적으로 기피하는 것처럼 보인다. 주류든 비주류든, 히트곡이든 아니든 마찬가지다. 윤하의 <1.2.3>이 잭슨 파이브의 <A.B.C>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에 대해 기획사가 배포한 보도자료가 최신의 예일 것이다. 이럴 때 생산자든 수용자든 ‘100% 순수창작’이란 신화에 강박적으로 매달린다는 게 오히려 신기하다.

패션계에는 디자이너와 스타일리스트가 있다. 창의성에서 둘은 엄격하게 구분되지 않으며 스타일리스트가 디자이너로 성장하거나 전업하는 경우도 있다. 속성상 거의 대부분의 대중음악 창작자는 스타일리스트에 가까울 것이다. 논란에도 ≪Heartbreaker≫는 세련된 비트와 라임으로 구성된 앨범이다. 또한 카니예 웨스트부터 오아시스에 이르는 장르 불문 선배들의 영향을 받은 것도 명백하다. 그런 점에서 지 드래곤은 독보적인 디자이너라기보다는 탁월한 감각의 스타일리스트이고, ≪Heartbreaker≫는 세련된 스타일링의 결과다. 그걸 부정한다고 더 큰 가치가 생기지 않는다. 이 글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