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보다 보도자료가 더 흥미로울 때가 있다. 포니의 데뷔앨범이 그렇다. 매드체스터 사운드와 거라지 리바이벌의 영향이 도드라진 이 앨범은 마침 리마스터링 된 스톤 로지스를 연상시킬 만큼 댄서블하다. 날것 같은 느낌의 거친 녹음 상태마저 매력적으로 들릴 정도로 말이다. 그러니까 음악만 들으면 꽤 잘하는 밴드가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재밌는 건 배포된 보도자료다. ‘앨런 긴즈버그, 기형도, 고다르’의 이름이 나오고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음악’이라거나 ‘아무런 의미도 내포하지 않는 포니라는 이름’이란 언급도 있다. ‘산울림, 조이 디비전, 스미스의 사운드에 바탕’을 두면서 ‘현재 홍대 신에 대한 일종의 반대(?)체제’라고도 하는데 그러면서도 밴드 경력에다가 각종 패션잡지에 실린 화보와 2009년 컨버스의 모델로 선정되었다는 걸 적어놨다. 거대한 농담 같아서 막 웃었다(아니, 안 웃긴가?). 개인적으론 전반부보다 후반부가 더 듣기 좋았다. 시끌벅적하긴 마찬가지지만 <소란들>을 기준으로 <아름다운 계절>과 <멋진 신세계>, 제목부터 인상적인 <밤새 미친 사랑을 나눠요>를 추천한다. 물론 보도자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