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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인터뷰] <요가학원>의 효정
김도훈 2009-09-02

예쁘잖아요… 예쁘니까요…

-예뻐지고 싶다면서요. =여자라면 다 예뻐지고 싶게 마련이죠.

-예뻐지고 싶으면 성형외과엘 가야죠, 왜 요가학원에 가는데요? =보통 요가학원이 아니라니까 그랬죠. 학교 다닐 때 왕따였던 계집애가 갑자기 초특급 미녀가 돼서 제 앞에 떡하니 나타났고, 요가학원에서 예뻐졌다고 말하는데 당신 같으면 구미가 안 당기겠냐고요.

-학교 다닐 때 왕따는 무슨. 머리만 촌스럽게 풀어헤친다고 이영진같이 예쁜 여배우가 찌질이 왕따처럼 보입디까? 이거 뭐 안경만 벗으면 초미녀로 거듭나는 일본 아니메도 아니고 말이야…. 하여튼 좀더 자세히 물어봤어야죠. 일주일 요가 심화특강만 받으면 미녀가 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됩디까? =그렇게 말씀하시니 또 그렇긴 한데요, 어쨌든 제가 사정이 좀 그랬잖아요.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후배 때문에 제가 진행하던 홈쇼핑 광고에서도 잘리고….

-보아하니 꽤 유명한 홈쇼핑 호스트로 활동하셨나보던데 모아놓은 돈 없어요? 그냥 휴가내고 압구정동 성형외과에서 한 2주일만 수술하고 회복하면 금방 예뻐졌을 텐데 말이지. 게다가 효정씨는 얼굴이 문제가 아니야. 얼굴은 충분히 예뻐. 사실 효정씨가 원했던 건 얼굴이 아니라 몸매였을 텐데 그건 좀 난감해요. 이영진씨처럼 하늘하늘 기다란 몸매는 걍 타고나는 거거등. =그러니까 제가 그 요가학원에 갔다니까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근데 요가학원에 들어서는 순간 딱 감이 안 오던가요? 대한민국 상가 건물 안에 다리오 아르젠토의 <서스페리아> 무대처럼 으리으리한 고딕 복도와 계단이 존재할 수가 없다는 거 말이에요. 공간 자체가 구조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잖습니까. 인테리어 무게 때문에 건물 넘어갑니다. 영화도 같이 넘어가고요. =예쁘잖아요.

-그게 문제라니까 그러네. 예쁘면 목숨이랑 영화 퀄리티도 희생할래여? =여튼 예뻐지고 싶어서 갔고 요가학원도 예뻐서 좋았어요. 그럼 된 거 아닌가요.

-아이고요 그러시든가요. 여튼 또 웃기는 게 있어요. 휴대폰도 빼앗기고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상태에서 처음 보는 이상한 년들이랑 합숙까지 하면서 받는 훈련이 고작 그거예요? 그건 그냥 요가잖아요. 몸 좀 꼬고 땀 좀 많이 흘린다고 미녀되나요? 마지막날 딱 한명만 쿤타킨테를 얻어서 예뻐질 수 있다는 설정도 영…. =쿤달리니인데요. 쿤타킨테가 아니라.

-그니까 그게 무슨 뜻이에요? =저도 잘 몰라요. 그거 얻으면 예뻐진대요.

-쿤달리니가 성형외과 무료 수술권 이름인가보죠? =저도 모른다니까요. 제가 각본 썼나요. 전 캐릭터예요. 메인 캐릭터.

-잘 알겠습니다. 여튼 그래서 쿤달리니는 얻었어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마지막에 제가 뭘 했는지 기억이 별로 안 나서….

-그걸 캐릭터가 모르면 어떡해요. 마지막에 이야기가 하도 제멋대로 흘러가는지라 내용이 기억 안 난단 말입니다. =그럼 다시 한번 보시든가요.

-그건 좀 무섭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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