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지나 날씨가 좋아지고 연재도 끝날 즈음, 작가는 갑자기 여행을 가고 싶었다. 그래서 떠났단다. 네팔로. 왜 하필 네팔? 운명처럼 꿈꾸던 여행지였냐면 그럴 리가. 언니에게 빌린 책을 읽고 있다가 이거다! 싶었단다. 섬광처럼 찾아든 결심에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아버지는 ‘둘째딸이 미쳤다’고 생각하고, 어머니는 ‘엄마 친구의 아는 사람이 산에 갔다 고산병 걸려 죽었다… 는 아니고 죽을 뻔했다’고 협박했지만, 이 안일한 캐릭터는 흐지부지 먹은 마음을 돌이키기도 귀찮은 양 네팔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나는 어디에 있는 거니>는 이토록이나 안일하게 네팔에 당도한 작가의 얼렁뚱땅 여행기다. 무심하고 시큰둥한, 아니 어쩌면 그냥 게으른 건지도 모르는 그 태도가 순수한 듯 제멋대로인 네팔 특유의 분위기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낸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소소한 일화들이 많지만 보다 보면 자꾸만 푸훗 웃게 된다. 제목 위에 ‘혼잣말로 중얼중얼 여행 에세이’라는 부제가 수줍게 적혀 있는데, 그 표현이 딱이지 싶다. 개인적으로 제일 배꼽을 잡았던 건 박타푸르에서 겪은 사건들을 담은 13화와 14화. 출발 직전의 버스에 올라타려던 할머니를 돕고자 “Wait, 할머니!”를 외치고, 네팔 청년들인 ‘수줍음쟁이 3인조’가 지켜보는 가운데 홀로 치킨텐둑을 먹어치우고, 은근한 표정으로 똥을 누는 염소를 구경하는 장면들을, 동글동글한 그림체로 눈에 선하게 그려냈다. 여행 중 찍은 사진들로 현지 여행지를 조곤조곤 소개하고 있어 네팔 여행을 계획 중인 이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겠다.
네팔과 지역색이 비슷한 아랫동네, 인도를 6개월간 헤매고 돌아다녀서일까. 김이 모락모락나는 텐둑의 맛이 입안에 감돌면서 인도로, 네팔로 떠나고 싶었다. 그 혼란스러운 열대 도시 속으로 휙 사라지고 싶어도 언제나 제자리걸음인 괴로운 월급쟁이의 비애란. 싱숭생숭한 마음을 책임지라고 말하는 대신 남은 연재 동안 부러울 만큼 유쾌한 이야기를 딱 지금처럼만 그려달라고 부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