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잉 넛의 새 앨범 ≪불편한 파티≫에 대해선 딱히 할 말이 없다. 앨범이 별로라서가 아니다. 15년째 활동하며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제대로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실 크라잉 넛은 직설적인 펑크 밴드로 이해되지만 사실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고 있다. 위트와 아이러니, 역설과 비유라는 문학용어가 크라잉 넛을 다르게 만들 키워드일 것이다. <말달리자>도 그랬고 <양귀비>도 그랬다. 말이 안되는 것 같지만 기막히게 말이 되는, 뭐 그런 순간들이다.
이 앨범도 그렇다. 사운드는 좀더 직설적인 로큰롤에 가깝지만 <착한 아이> <귀신은 뭐하나> <불편한 파티> 같은 노래에 담긴 의미는 풍자시에 가깝다. 스타일이 더 주목받는 시대에 크라잉 넛은 어쨌든 의미에 주목한다. <말달리자>는 의미없는 단어의 나열이었지만 한 시대(혹은 어떤 정서)를 대표하는 노래로 자리잡았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런 노래가 나올 수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꾸준히, 일관되게 지키기로 마음먹은 걸 지키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크라잉 넛은 바로 그런 밴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