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은 재미지다. 멜로디도 유려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정서도 참신하다. 앨범의 컨셉이 ‘밤새 클럽에서 춤추다가 새벽에야 집으로 돌아가는 젊은이’라는 팁도 마찬가지. 키드 로코는 80년대에 데뷔한 프랑스 파리 출신의 프로듀서 장 이브 프리유의 원맨밴드다. 애시드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사운드에서 프랑스의 정취를 오롯이 느끼는 건 아니지만, 영미 음악권의 정서와는 다른 걸 발견할 것이다. 다운 템포의 은근한 매력으로 넘치는 <Oh Lord>나 <The Specialist>가 특히 그렇다. 7년 동안 만든 20곡이 각각 오리지널과 리믹스로 구성된 더블앨범이다.
이 앨범을 들으면서 이런 망상도 해본다. 만약 우리가 일제 식민지와 내전, 그리고 그 결과로 냉전의 한복판에서 미 8군의 영향권 아래에 놓이지 않았다면 도대체 어떤 취향을 향유할까. ≪Party Animals&Disco Biscuits≫ 같은 프렌치 일렉트로닉 앨범이 라디오에서 막 흘러나왔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보단 좀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물론 가정법 미래다. 더 재미지게 살려면 이렇게 낯선 음악을 찾아 듣는 ‘취향의 계발’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