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보다 저녁 노을이, 새벽의 어스름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이라면 미술관과 안 친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미술관 개장 시간이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이기 때문. 8월1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 외벽에서 전시 중인 <라이트월(Light Wall)전>은 올빼미족에겐 안성맞춤인 전시다.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열리기 때문에 시간을 맞추려 헐레벌떡 뛰어갈 필요도 없고, 미술관 밖에서 무료로 전시하니 표를 사지 않아도 된다.
편의를 먼저 말했지만 작품성 역시 강추하기에 손색이 없다. ‘빛나는 벽’이라는 제목처럼 <라이트월>은 미술관을 캔버스 삼아 영상작품을 투영하는 전시다. 내러티브가 있는 10분 내외의 영상 두편이 미술관 벽을 타고 움직인다. 어둠이 짙게 내린 밤의 미술관은 순식간에 눈 내리는 러시아풍의 궁전으로(<Tempo Museum),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이는 겨울 풍경(<Magic Museum>)으로 변신한다. 그저 보고만 있어도 황홀한 이 밤의 마술쇼는 9월20일까지 계속된다. 영상 작품 제작은 2005년 독일에서 ‘젊은 미디어 예술가상’을 수여한 미디어 아트 그룹 뮌(김민선, 최문선)이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