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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니콜스] 천천히, 대담하게 피는 꽃
장미 2009-08-14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의 레이첼 니콜스

“타라로 가자”던 그 스칼렛이 아니다.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이하 <지.아이.조>)의 스칼렛(레이첼 니콜스)은 엘리트 군인 조직 ‘지.아이.조’의 여전사. 12살 때 대학을 졸업했고, 러닝머신 위에서 과학 서적을 탐독하는 공부벌레다. 그렇다면 닌자에 미치광이 과학자, 팜므파탈 악녀까지 횡행하는 이 만화적인 액션블록버스터에서 남자의 시선에 콧방귀나 날리는 고지식한 천재 여인이 인상적인 까닭은? 정답은 비비안 리 뺨칠 만큼 잘록한 허리 위로 물결치는 불타는 머리칼. 그러니 세상 모든 쇼트커트 머리 여인들이 그녀를 두고 한탄하지 않았을까. 저토록 탐스러운 붉은 머리라니, 갖고 싶어라!

레이첼 니콜스는 본디 모델로, 탄성이 새어나오는 곡선이 그 명백한 증거다. 컬럼비아대 재학 시절 우연히 모델계에 입문해 게스, 아베크롬비앤피치 등의 광고 캠페인에 발탁될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배우의 꿈을 이루기란 운 좋고 지적인 금발 미녀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2004년 <더 인사이드>의 파일럿을 찍었고, 컨셉 자체를 수정하는 아비규환 속에서도 살아남았으나, 야심차게 시작한 이 TV시리즈는 1시즌 만에 막을 내렸다. 고교 시절 핫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는 늦게 피는 꽃이었다”고 답한 니콜스는 대신 천천히 전진했다. 2005년 <앨리어스>에 캐스팅돼 17개의 에피소드에 출연한 그녀를, J.J.에이브럼스는 새로운 프랜차이즈의 초석인 <스타트렉: 더 비기닝>에 불러들였다. 커크와 섹스를 벌이기 직전까지 가는 초록 피부의 바람둥이 스타플릿 대원 역이었다.

“<스타트렉>과 <지.아이.조>에서 붉은 머리였다. 내 생애 최초로 한 염색이었다.” 조금 시시했을 <스타트렉> 이후에 <지.아이.조>의 주연을 낚아챘으니, 레드는 그녀에게 행운의 색이 아니었을까. 작년 유니버설스튜디오의 프로듀서와 결혼해 7개월 만에 별거하는 비극을 맞았지만, 미국 동부 출신의 이 대담한 아가씨라면 필시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그건 막 빛나기 시작한 레이첼 니콜스의 배우 인생에도 똑같이 적용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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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파라마운트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