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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요리] 화합의 요리, 만한전석
박찬일 2009-08-05

<금옥만당>은 서극 감독의 만만치 않은 코미디 연출 솜씨와 장국영의 코믹 연기를 세트 메뉴로 주문할 수 있는 영화다. 요리, 멜로, 무술 같은 다양한 소재를 잡탕찌개처럼 끓여낸 서극의 솜씨가 10점 만점에 9점은 된다. 장국영이 코믹도 제법 한다는 걸 확인시켜주지만, 그 정도까지다. 그저 장국영의 다른 면모를 구경하시라. 영화의 줄거리는 좀 상투적인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설정으로 가득하다. 두 달인의 대결, 패배, 애인의 결별선언, 폐인이 된 명인. 부활과 마지막 승부까지 레퍼토리가 손바닥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그렇지만 희한하게도 줄거리 뻔한 무협지의 다음 권이 궁금해지듯이 짧지 않은 러닝타임이 휙, 3분요리처럼 지나가니 다행이긴 하다.

조문탁과 종진도는 중국 최고 요리사의 대결을 펼친다. 종진도는 마지막 대결을 포기하고 출산을 하는 애인에게 뒤늦게 찾아가지만, 이미 아이는 죽고 애인은 떠난다. 폐인이 된 종진도는 유리걸식한다. 종진도는 만한전석을 주제로 세기의 요리대결을 준비하는 장국영과 원영의 일행에 의해 재기하게 되고 관객을 속이는 깜찍한 반전 드라마를 펼치며 우승한다는, 뭐 동네 중국집 짬짜면 같은 뻔한 스토리다. 만한전석(滿漢全席)이란 청나라의 융성을 이끌었던 강희제가 만주족, 한족의 화합을 이끌기 위해 베풀었던 당시 요리를 재현하는 것으로 지금도 홍콩이나 베이징에서 재현 요리를 선보인다고 한다.

시종일관 화면을 채우는 화려한 손기술- 아서라, 흉내내면 손가락 썰어먹기 딱 알맞다- 과 불쇼가 심심하지 않다. 거기다가 초대형 상어 지느러미, 코끼리 코 찜 같은 요리를 영화 아니면 언제 보겠나. 물론 동양의 분자요리라고 할 주사기를 이용한 곰발바닥요리, 두부로 만든 원숭이골 요리에 이르면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절묘해진다.

영화를 보다보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을 주는 설정이 많은데, 그렇다, <식객>과 대충 겹치는 장면이 많다(심사위원단의 핵심으로 일본인이 등장하는 것까지 말이다).

이백과 두보 이후로 중국인의 문학적 표현력은 종주국의 위치를 놓지 않은 줄 알았는데, 영화로 보면 많이 밋밋하다. <미스터 초밥왕> 같은 일본 만화에서 ‘오홋! 이 맛은 마치 저 대지를 뚫고 뿌옇게 밀려오는 봄 안개의 소스라치는 터치!’라는 식의 간드러지는 표현에 한참 밀린단 말씀. 이렇게들 발언하신다.

“으흠, 맛이 아주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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