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길티한 걸 쓰자니 왜 이렇게 마음이 힘들지? 괜히 쓴다고 했나보다. 난 길티한 게 없다고 사양하고 또 사양했는데(이때까지만 해도 난 정말 없는 줄 알았다). <씨네21> 김모 기자에게 길티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듣다보니 내 판단이 흐려진 게 분명하다. 우쒸~ 어쨌든 후딱 이 부담감을 덜고 빨리 잊을련다. 난 이 길티플레저를 쓰면서 딱 한 사람에게만 죄스러움을 느낀다. 사실 이 길티를 하는 그 순간에도 ‘이러면 안되는데’ 하는 죄책감과 양심의 미안함, 그리고 꺼림칙함을 느꼈다. 다시 한번 정말 고백하는 건데, 난 이 길티를 딱 한 사람에게 딱 한번만 해봤다. 두번 다시 이러지 않을 거다. 그건 바로… 남자친구의 사진을 재편집하는 거다.
처음부터 그런 짓을 하려던 건 아니었다. “다리 떨지 마라.” 보기 안 좋은 걸 누가 모르나. 다리가 저려서 떠는 건데. 그래서 밖에 나가면 한번씩 떨어주는 건데 말이다. TV에서 얼핏 본 것 같은데 한 연구 보고서에서도 다리를 떨면 순환이 잘돼 예쁜 다리를 가꾸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 그런데 그는 이 깊은 이유도 모르고 보기 안 좋으니깐 하지 말라는 거다. 억울한 마음에 이유를 말했더니 차라리 자기가 주물러준다고 했다(히힝). 그런데 웬걸 괜한 고집으로 난 끝까지 떨었다(그리고 사실 약간 버릇이기도 하다. ㅋ).
그러고서도 나란 사람의 심보는 어찌된 건지 괜히 그가 얄미워지는 거다. 이 고난을 이겨내고자 난 우리의 추억이 담긴 휴대폰의 포토앨범을 보며 마음을 추스르고자 했다. 참고, 참고, 또 참고…. 그런데 그날따라 평소에는 안 보이던 ‘포토 스튜디오’ 항목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포토 스튜디오의 수많은 기능들을 사용해 잘생긴 그의 얼굴을 마구 문지르고(?) 있었다.
마치 영화 <링>의 한 장면처럼 그의 얼굴이 뭉개져갔다. 순간 너무 섬뜩해 다시 원상태.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음! 이거 은근히 스트레스가 풀리는걸!?” 유레카를 외치고 싶은 심정?? ㅋㅋ 하지만 일명 <링> 사진은 너무 섬뜩하고 정말이지 너무 미안해서 ‘문지르기’는 그만두고 ‘표정효과’ 코너로 옮겨갔다. ‘눈과 입의 위치를 찾았습니다’라는 문구가 나오고… 스마일·슬픔·화남·통통·날씬·시무룩·깜짝 효과가 뜨더라. 혼자 신나하며 단계별로 한껏 만들고, 너무너무 웃기고 통쾌해서 한참 웃고 나니 어찌나 미안하던지…. 내 사랑하는 그의 잘생기고 깊은 눈은 처진 눈으로, 아름다운 입술은 히피로, 매끈한 볼은 통통 볼로…. 정말 미안하지만 그 순간 마음속 가득 통쾌함을 느꼈다. 이 나이에.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그에게, 미안합니다. 이젠 두번 다신 이 마음 ‘아픈’ 길티는 하지 않을게요. 시험에 빠지지 않겠습니다.
근데 왜 아직도 난 이 길티한 사진을 저장한 채 이 순간에도 보면서 통쾌해하는 거지? ㅋㅋㅋ
김보경 난 매일 죽고 매일 새로 태어나기 위해 애쓰는 사람. 그리고 배우. 내가 했던 작품들을 열거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앞으로의 내 작품들이 더 기대되니까. 최고의 영화에 최고의 연기를 선사할 배우. ㅋㅋ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