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김수정 선생님(<아기공룡 둘리>의 작가) 인터뷰가 있는데… 참관할래?” “갑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얼마를 드리면 갈 수 있나요?!” 누구와 누구의 대화일까. 기자와 둘리 빠돌이? 만화잡지 편집자와 만화 오타쿠? 둘 다 틀렸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웹툰 담당자와 만화가 홍승표의 대화다. 홍승표라 하면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 <미티의 진지한 일기> 등의 웹툰으로 수많은 만화팬들의 지지를 받는 인기 만화가 아닌가. 하지만 그에게도 콧물 훌쩍거리며 마우스 스크롤 대신 책장을 넘기던 어린 시절이 있을 터. 그때 보던 만화가 둘리 시리즈였을 테고 말이다.
네이버 금요 웹툰의 <만화가를 만나다> 코너는 후배 만화가가 좋아하는 선배 만화가를 만나 대화를 나누는 코너다. 엄밀히 말하자면 말이 오간다기보다는 후배쪽이 ‘하늘 같은 선배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편에 가까운데, 동경하던 사람을 만난 후배들의 소심한 행동들이 귀엽다. 혹시나 실수할까봐 밤새워 선배의 업적을 공부해가거나(주동근), ‘판타스틱하고 쇼킹한’ 인사를 준비했으나 정작 만나서는 말을 심하게 더듬는다거나(박용제), 오늘은 만화 얘기 하지 말자는 선배의 말에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버린다(브림스). ‘존경과 사랑과 예의를 담아’ 진지한 인터뷰를 하려 했으나 긴장한 나머지 초면에 선배의 작업실에서 X을 싸버린 조석 작가도 있다.
그러나 펜대를 잡은 쪽은 후배들이다. 인터뷰를 풀어내고 만화로 그려내는 건 그들의 몫이기에, 각자의 스타일과 개성대로 선배들의 모습을 담아낸 걸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홍승표 작가의 만화에서는 <백악기의 익룡 레퀴엠>을 부르는 ‘로커’ 김수정 만화가를 보고, 김선권 작가의 만화에서는 음흉 모드의 이충호 만화가를 만난다. 압권은 강풀 작가를 만난 임만섭 만화가의 작품. “날 오스칼로 그려야 한다. 12등신”이란 강풀의 부탁에 모든 등장인물을 <베르사이유의 장미> 스타일로 변신시켰다. “콧날 만지다 베였어요”, “잘생기면 다입니까?” 등의 꽃미남 전용 개그도 놓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