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르다. 정말 게으르다. 맥스웰의 ≪BLACKsummers’night≫은 무려 8년 만의 새 앨범이다. 세 번째 앨범 ≪Now≫로 네오솔의 대가가 된 이 남자는 지난 8년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았다. 물론 그 사이에 노래도 작곡하고 나름대로 인생을 즐겼겠지만 그의 재능을 생각하면 정말 분통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얼마나 좋은 앨범이기에 8년이나 걸렸냐 따지는 심보로 앨범을 CD플레이어에 걸었다. 역시. 스튜디오에서 10인조 밴드와 함께 라이브 레코딩으로 만들어낸 이 앨범은 존 레전드의 이름만 고고한 네오솔계에 맥스웰의 이름을 다시 아로새길 만한 작품이다. 오래 준비한 앨범은 오버프로듀스드(Overproduced)되게 마련이라는 음악계의 속설도 피해갔다. 전체적으로 여전한 맥스웰의 앨범인데 전작들보다 성숙한 힘이 넘친다(보컬 역시 예전보다 훨씬 강렬해졌다). 게다가 이번 앨범은 3부작 중 1부다. 가스펠 음악을 담을 2부 ≪blackSUMMERS’night≫과 슬로 잼으로 채워낼 ≪blacksummers’NIGHT≫이 2010년과 2011년 연이어 발매된다. 8년 동안 땅에 묻어놓았던 묵은지를 찬찬히 꺼내드는 심정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