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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인터뷰] <차우>의 식인 멧돼지
김도훈 2009-07-22

너네는 우리 안 먹냐?

-그럼 차우에 대해서 살펴보죠. 차우는 솜을 두른 듯 두터운 털이 나 있고 빛깔은 검은색, 갈색 등 다양하며 얼굴은 주름이 많아서 보기 흉하다는군요. 중국이 원산지고. 흠. 메이드 인 차이나는 역시… 그리고 어깨 높이가 약 50cm에 몸무게 25~27kg… 엥? 왜 이렇게 작지? 제가 지금 보는 사전이 좀 잘 못된 모양인데요. =이놈아. 그건 차우가 아니라 차우차우다.

-차우차우요? =북방계 스피츠에 속하는 애완견 말이다. 시사회 열리는 대한극장 근처 애견숍에서 자주 봤을 텐데 그것도 모르냐.

-이런. 영화 제목인 <차우>가 차우차우로부터 온 게 아니군요. =영화 제목 <차우>는 동물 잡는 ‘덫’의 경기·충북 지역 방언이란다. 게다가 감독의 말에 따르면 영어 ‘Chaw’는 일종의 속어로 질겅질겅 씹는다는 뜻이기도 하다는구나.

-그나저나 요즘 멧돼지님들이 왜 이렇게 자주 인간들 서식지에 출몰하시는지요. =먹을 게 없으니 그런 거 아니겠느냐. 이래봬도 우리가 한국 야생 생태계 먹이사슬의 꼭대기 서식자란다. 그런데 요즘은 토끼도 고라니도 멸종 직전이라 통 입에 맞는 게 없단다. 그러니 인간들이 길러놓은 무라도 빼먹으면서 살아야지.

-사람을 습격하는 일은 그래도 잘 없지 않았사옵니까. 올해도 여러 사람 다쳤어요. 충북 제천시 금성면 황석리 야산에서 사냥하던 41살 신모씨가 달려드는 멧돼지를 저지하려던 엽총에 허벅지를 맞았다는 기사도 있네요. 지난해 완도군에서는 전문 포수들을 동원해서 염소를 잡아먹던 멧돼지를 잡았는데… 무려 200kg짜리 괴물이었대요. =200kg라니. 그런 놈이 무슨 괴물이냐. 나 정도는 돼야지.

-사람맛은 언제부터 아셨습니까. =먹을 게 없어서 땅을 파먹고 있는데 그게 묘지더라고. 그게 인간인지 뭔지 알게 머여. 누가 저장해놓은 고기인 줄 알고 먹었더니 쫄깃한 게 맛이 있더라고. 그러다보니 산 놈들 냄새도 구수하니 좋기에 약한 놈들 하나씩 잡아먹기 시작했지.

-우욱, 토할 것 같아요. =토할 것 같긴 뭐가 토할 것 같아. 너네는 우리 안 먹냐? 종류별로 부위별로 먹잖아. 시골길에는 멧돼지 고기 전문점도 있더군. 그거 보는 내 마음은 오죽할 것 같냐.

-시골길까지 갈 필요도 없고요. 포털에서 검색만 해도 각종 쇼핑몰에서 ‘야생방목 멧돼지 훈제’를 택배로 보내줘요. 친구 말에 따르면 풀어 키운 멧돼지가 항생제 잔뜩 맞은 집돼지보다 훨씬 기름기도 적고 담백…. =크르르르르르르.

-제가 먹어본 게 아니고요. 제 친구가 그랬다고요. 제 친구가요. 저요? 전 안 먹죠. 전 돼지 알레르기 있어서 먹으면 몸에서 돼지털 나요. =키워서 먹는 걸로 뭐라고 하진 않겠다. 수천년 동안 먹여지기 위해 키워진 우리 운명을 지금 와서 탓할 순 없겠지. 근데 한 가지만 부탁하자. 요새 내 친구들이 서울 도심으로 내려갔다가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걸 여러 번 봤다. 웬만하면 마취총이나… 그것도 아니라면 한번에 명을 끊을 수 있는 총알로 좀 해결해다오. 저번에 TV를 보니 한강으로 뛰어든 친구를 보트로 여러 차례 들이받아 중상을 입히고도 모자라 뒷다리를 묶어서 익사시키는 걸 그대로 보여주던데. 거기 환호하는 사람들은 또 뭐냐. 이 나라에 동물 인권은 없는 거니?

-에이, 요즘 이 나라에는 사람 인권도 없어요. 멧돼지 인권은 하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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