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의 가장 좋은 앨범을 꼽으라면 역시 ≪Play≫다. <Porcelain>과 <Natural Blues>처럼 멜랑콜리하게 가슴을 울리는 넘버가 많아서다. 이 채식/금연주의자 대머리 미국 남자는 신바람 나는 그루브에도 재능이 출중하지만 역시 일렉트로니카로 서정시를 쓸 때 가장 근사하다. 새 앨범 ≪Wait For Me≫는 모비 최고의 서정시 모음집이다. 싱글의 제목들을 한번 보시라. <A Seated Night>나 <Isolate> 같은 제목을 듣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팬들이 있을 거다. 이번 앨범은 모비 자신이 창립한 레이블 ‘리틀 이디어트’(Little Idiot)를 통해 발표하는 첫 작품으로, 이른바 홈메이딩 레코딩으로 만들어낸 앨범이다. 집에 차려놓은 작은 스튜디오에서 혼자 장구 치고 북 치며 만든 음반이란 소리다. 극도로 내면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는 앨범인 건 당연하다. 모비 스스로도 “지금까지 만들어온 앨범들보다 훨씬 멜로딕하고 우울하고 개인적인 작품”이라고 말한다. 첫 번째 싱글인 <Shot in the back of the head>의 뮤직비디오는 데이비드 린치가 만들었다. 유튜브에 가서 찾아보시길. 뒷머리를 총에 맞은 것처럼 쓸쓸하게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