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많은 죽음을 경험한 덕분에, 요즘 그것에 대해 더 진지해졌다. 엄밀히 말해 ‘살아남은 것’에 대해서다. 마이클 잭슨이 죽었다. 온 세계가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가 죽기 전날에도 한국 언론의 해외토픽에는 “마이클 잭슨 귀가 성형 부작용으로 반 토막?” 같은 괴상한 기사가 있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 애도의 물결이 불만이다. 나의 애도가 진정한 애도란 뜻이 아니다. 적어도 한국에서 그는 이뤄놓은 업적들에 비해 언제나 과소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이지 리스닝으로 취급되던 아바, 카펜터스를 비롯해 싸구려 대중문화의 집합체라고 여겨지던 마돈나와 듀란듀란까지 ‘아티스트’로 대접받던 90년대 후반에도 마이클 잭슨은 논외였다. 나 또한 그랬다. 그래서 미안하다. 자기고백을 하게 만들고 계속 생각하게 된다.
마이클 잭슨의 음악적 전성기는 명백하게 1980년대와 90년대 후반이었다. 1979년 ≪Off The Wall≫부터 ≪Thriller≫(1984), ≪Bad≫(1987), ≪Dangerous≫(1991)와 ≪HIStory≫(1995)에 이르는 이 시기는 마이클 잭슨을 ‘팝의 황제’로 만들었다. 특히 80년대에 발표된 세장의 앨범은 마이클 잭슨 스타일의 전형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가 ‘팝의 황제’라고 불린 이유는 단지 앨범을 많이 팔아치워서가 아니다. 그의 스타일이 팝의 전형이 되었고, 형식적 실험과 스타일에 대한 고민은 동시대 팝 스타들에게 많은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Off The Wall≫은 모타운의 훵크 사운드를 하드록 기타로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증명했고 ≪Thriller≫와 ≪Bad≫는 MTV가 팝시장의 주류 매체가 되도록 기여했으며 ≪Dangerous≫에는 신기술과 댄스 팝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했다.
디스코나 뉴웨이브로부터 음악적 소스를 수혈받는 21세기, 바로 지금에 그의 영향력은 더 강력하다. <Rock With You> <She’s Out Of My Life> <Billie Jean> <Bad> <Beat It> <Black or White> <Heal The World> 등등 거론하기에도 벅찬 그의 히트곡들은 한때 잘나가던 히트송이라서가 아니라 현재적인 가치를 만들기 때문에 중요하다. 저스틴 팀버레이크, R. 켈리, 어셔 같은 음악가들의 전성기는 마이클 잭슨이 없었다면 더 늦어졌을 것이다. 가요도 마찬가지다. 포미닛의 <핫이슈>, 샤이니의 <줄리엣>, 태군의 <슈퍼스타> 같은 ‘최신 히트곡’들은 마이클 잭슨에게 어느 정도 빚지고 있다. 이런 노래들이 자꾸만 ‘어디서 들어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건 한국의 주류 댄스 가요가 글로벌한 기준으로 동시대성을 반영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사실 대중문화는 익숙한 스타일을 반복 재생산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친숙한 멜로디 속에서 안전하게 헤엄친다. 그러나 팝의 거성들은 혁신적인 가치를 보편적인 것으로 만든 사람들이다. 마이클 잭슨도 그중 하나다. 심지어 그렇게 40여년 동안 대중문화의 정점에 서 있었다. 우리는 모두 그의 영향력 아래에서 살아왔고 살고 있으며 또 살아갈 것이다. 이것은 각성이다. 그의 죽음이 환기하는, 바로 ‘살아남은 것’에 대한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