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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인터뷰] <드래그 미 투 헬>의 노파
김도훈 2009-07-10

나 악마도 소환하는 여자야

-할머니 대체 왜 이러세요. =내가 뭘!

-이건 좀 너무하잖아요. 크리스틴이 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요? =가난하고 가엾고 힘없는 노파의 대출 연장 신청을 한마디로 거절했잖아. 그게 잘못 아니고 뭔가.

-그게 왜 크리스틴 잘못입니까. 은행의 정책이 그런 걸 그녀로서도 어쩔 수 없잖아요. 크리스틴은 그저 월급 받아먹고 사는 한명의 직원일 뿐이라고요. =은행의 정책? 웃기고 자빠져들 있네. 그년이 내 대출 연장 신청을 거절한 건 순전히 승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잖아. 좀더 솔직하라 그래.

-물론 그것도 여러 이유 중 하나겠지요. 하지만 할머님. 크리스틴이 승진 기회 때문에 그러는지 은행 정책 때문에 그러는지 속마음을 어떻게 아셨어요? 당시에는 그녀의 속내를 전혀 모르셨잖아요. =이거 왜 이래. 나 악마도 소환하는 여자야. 속물 같은 은행 여직원 속마음도 몰랐을 것 같아?

-뭐 그건 그렇다고 쳐도요. 그게 정말 3일간 개고생 한 뒤 지옥에 끌려들어갈 만큼 큰 잘못이에요? 솔직한 말로 국가에서 무료로 보조하는 양로원도 있고요, 나중에 보아하니 같이 살 자식들도 있으시더구먼요. 양로원이나 자식들 집에 잠깐 머무르시다가 나중에 집을 되찾으셔도 되고요. =국가에서 운영하는 양로원 따위에 나를 처넣으시겠다? 웃기고 있네. 그런 데서 다른 냄새나는 노파들하고는 못 살아!

-그건 할머님이 이기적이셔서 고따위로 생각하시는 거죠. =이놈이 말버릇이 아주 고약하구먼. 너도 단추 하나 받을텨?

-아이고오 죄송합니다. 제가 살짝 흥분해서 실례를 했네요. 단추는 제발 다시 품에 넣어두세요. =단추는 많응게 앞으로는 조심해. 근디 왜 단추 보자마자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고 그래. 킥킥.

-(못된 노파 같으니라고) =너 지금 못된 노파 같으니라고… 라고 했지?

-네? 아뇨. 저 아무 말 안 했는데요. =조심해. 위대한 라미아님은 너 생각도 다 들을 수 있어.

-앞으로는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쨌거나 신문 보셨어요? 이제부터 정부가 서민 대출 보증도 서준대요. 서민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각하의 넓은 아량이라나 뭐라나. 하여튼 좀 기쁘지 않으세요? =기쁘긴 개뿔이 기뻐. 강남 부자들한테는 부동산 세제 개편해서 떼돈을 안겨주면서 그깟 대출 보증 좀 서주겠다며 선심 쓰는 꼴이라니. 이것봐. 서민들 돈 벌 구석은 애당초 다 사라졌어.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힘든 형편으로 만들어놓은 게 누군데… 이제 와서 넓은 아량으로 은행 대출 보증서줄 테니 오른 전세금도 값고 오른 분윳값도 충당하라고? 웃기고들 있네.

-어머 할머님. 그럼 단추 몇개만 청와대와 국회로 보내주세요. 힘없는 은행 직원들은 그만 좀 지옥으로 보내시고요. =내가 거기까정 들어갈 수가 있어야지 말야.

-간단해요 할머님. 그냥 시장에서 떡볶이 좌판 하나만 여세요. 그럼 그분들이 사진 한장 같이 찍자며 기자들 우르르 몰고 올 거예요. 그때 그분들 양복 주머니에다 슬그머니 단추를 집어넣으면 됩니다. 참 쉽죠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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