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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맘마미아!> 열혈 팬들에게 권한다
장미 2009-07-09

뮤지컬 <걸스나잇>/ 8월30일까지/ 명보아트홀/ 조수빈, 이호정, 류재연, 최유리, 김수정, 최경락. 기희진, 김영란, 한다연, 이고운

샤론, 캐롤, 아니타, 리자, 케이트. 친구라기엔 너무 다른 다섯 여자들. 그녀들이 술을 마시면서 나누는 솔직담백한 이야기. 적나라하게 부각되는 섹스라는 화두. 인생을 재부팅시키기에 아주 이르지는 않지만 완전히 늦지도 않은 마흔 무렵. 여자들만의 고민과 고통, 곧 찾아드는 화해와 깨달음. <걸스나잇>을 소개하기에 적절한 몇 가지 설명들이다. 대작은 아니지만 20, 30대 여성이라면 혹은 <맘마미아!>의 열혈 팬이라면 흥미롭게 볼 만한 영국산 주크박스 뮤지컬. <위기의 주부들> <섹스 앤 더 시티> 등 칙릿드라마며 영화들의 전형적인 설정을 토대로 <Young Hearts Run Free> <I Will Survive> <Girls Just Want to Have Fun> <We Are Family> 등 1960∼80년대 인기 팝송을 개사한 곡들을 뮤지컬 넘버로 버무렸다.

캔디 로즈의 약혼식. 샤론과 네 친구들이 가라오케에 모였다. 22년 전 스쿠터를 타다 사고를 당해 천사가 된 샤론은 친구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딸 캔디의 약혼이 누구보다 기쁘다. 파티광인 캐롤은 두번의 결혼이 실패했음에도 여전히 결혼할 남자를 찾고, 아니타는 우울증에 시달리나 가장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린다. 네 번째 아이를 임신한 리자는 남편이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한편, 완벽남 스티브와 결혼한 케이트는 고민이 있는 듯 처음 만난 남자와 키스하는 등 유별나게 군다. 터프한 캐롤과 극단적인 아니타, 허영심 강한 리자와 소심한 케이트, 살아 있을 때 누구보다 돋보였던 샤론. 여자라서 겪어야 했던, 여자라서 더욱 아팠던 이들의 과거가 펼쳐지고, 캔디 로즈의 출생에 얽힌 샤론의 비밀이 극적으로 밝혀진다.

아니타 역의 최경락, 리자 역의 기희진, 케이트 역의 한다연 등 거의 모든 배우들이 발군의 노래 실력을 자랑한다. 스펙터클한 쇼는 없어도 확실히 인상적이다. 캐릭터들의 사연에 맞게 고쳐 쓴 팝송들은 은근히 귀에 익어 신나고, 술 취한 여인네들이 제멋대로 몸을 흔드는 댄스플로어는 품위는 없을지언정 애틋하고 화끈하다. 5년 전 루이스 로치라는 여인이 여자들이 즐길 만한 작품이라면 자신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써내려간 뮤지컬 데뷔작으로, 지역의 한 극장에서 학교 동창들을 배우로 내세워 처음 공연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걸스나잇’(Girls Night)이라는 제목이 부끄럽지 않은 여자의,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뮤지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