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 캐롤, 아니타, 리자, 케이트. 친구라기엔 너무 다른 다섯 여자들. 그녀들이 술을 마시면서 나누는 솔직담백한 이야기. 적나라하게 부각되는 섹스라는 화두. 인생을 재부팅시키기에 아주 이르지는 않지만 완전히 늦지도 않은 마흔 무렵. 여자들만의 고민과 고통, 곧 찾아드는 화해와 깨달음. <걸스나잇>을 소개하기에 적절한 몇 가지 설명들이다. 대작은 아니지만 20, 30대 여성이라면 혹은 <맘마미아!>의 열혈 팬이라면 흥미롭게 볼 만한 영국산 주크박스 뮤지컬. <위기의 주부들> <섹스 앤 더 시티> 등 칙릿드라마며 영화들의 전형적인 설정을 토대로 <Young Hearts Run Free> <I Will Survive> <Girls Just Want to Have Fun> <We Are Family> 등 1960∼80년대 인기 팝송을 개사한 곡들을 뮤지컬 넘버로 버무렸다.
캔디 로즈의 약혼식. 샤론과 네 친구들이 가라오케에 모였다. 22년 전 스쿠터를 타다 사고를 당해 천사가 된 샤론은 친구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딸 캔디의 약혼이 누구보다 기쁘다. 파티광인 캐롤은 두번의 결혼이 실패했음에도 여전히 결혼할 남자를 찾고, 아니타는 우울증에 시달리나 가장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린다. 네 번째 아이를 임신한 리자는 남편이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한편, 완벽남 스티브와 결혼한 케이트는 고민이 있는 듯 처음 만난 남자와 키스하는 등 유별나게 군다. 터프한 캐롤과 극단적인 아니타, 허영심 강한 리자와 소심한 케이트, 살아 있을 때 누구보다 돋보였던 샤론. 여자라서 겪어야 했던, 여자라서 더욱 아팠던 이들의 과거가 펼쳐지고, 캔디 로즈의 출생에 얽힌 샤론의 비밀이 극적으로 밝혀진다.
아니타 역의 최경락, 리자 역의 기희진, 케이트 역의 한다연 등 거의 모든 배우들이 발군의 노래 실력을 자랑한다. 스펙터클한 쇼는 없어도 확실히 인상적이다. 캐릭터들의 사연에 맞게 고쳐 쓴 팝송들은 은근히 귀에 익어 신나고, 술 취한 여인네들이 제멋대로 몸을 흔드는 댄스플로어는 품위는 없을지언정 애틋하고 화끈하다. 5년 전 루이스 로치라는 여인이 여자들이 즐길 만한 작품이라면 자신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써내려간 뮤지컬 데뷔작으로, 지역의 한 극장에서 학교 동창들을 배우로 내세워 처음 공연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걸스나잇’(Girls Night)이라는 제목이 부끄럽지 않은 여자의,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뮤지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