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 펀드와 일본 기업과의 치열한 M&A전쟁을 그린 영화 <하게타카>가 지난 6월6일 일본에서 개봉됐다. 원작인 동명 소설이 발표된 것은 5년 전이며 2007년 <NHK>에서 방송된 드라마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저자인 마야마 진은 일본 3대지 중 하나인 <요미우리신문>에서 기자생활을 한 뒤 프리랜스 기자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하게타카>에 대한 높은 평가는 마야마의 면밀한 취재 성과라고도 말할 수 있다. 마야마의 말에 따르면 외자 펀드에 대한 취재는 꽤 어려웠다고 한다. 약 100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만나 취재했으나 그중 외자 펀드의 핵심정보를 알던 이들은 겨우 5~6명. 게다가 그들은 소개자와 함께 나타나서 이야기를 들려줬으며, 차후에 전자메일을 교환하는 것도 꺼릴 만큼 비밀주의가 강했다.
그 극단적 비밀주의는 외자에 대한 일본 언론의 적대 감정 탓이다.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와 이어진 장기불황 속에서 약체화된 일본 업체의 M&A를 무자비하게 추진한 외자를 일본 언론은 침략자로 본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외자에 대한 국민의 경계심은 약해졌다. 외자 펀드 또한 자기들에 대한 일본인의 이해를 높이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외자 펀드와 일부 프리랜스 기자들과의 관계인지도 모른다. 일본 진출을 대기업이나 대형 부동산에 대한 매수에서 시작한 외자 펀드는, 서서히 비즈니스의 폭을 확대하면서 중소 규모에까지 M&A의 손을 펼쳤다. 그러면서 직면한 것이 해당 안건에 이권을 가지는 야쿠자들과의 마찰이었다. ‘야쿠자 리스크’의 회피가 절박해지자마자 외자 펀드는 투자 대상에 관한 사전조사 활동을 강화, 그 일을 야쿠자 정보에 밝은 일부 프리랜스 기자가 맡게 되었다. 취재 경비 걱정까지 해야 하는 프리랜스 기자들에게 외자 펀드가 주는 ‘알바’는 매력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수많은 기업들에 관한 정보를 축적하면서 특종정보를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특정 펀드와 기자의 접근은 이상적이지 않다. 펀드의 투자 정보가 외부로 새나가게 되면 내부자거래(insider trading)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기자들도 객관적인 보도 자세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양자의 정체를 서로 가려주고, 중간에서 정보를 차단하는 중개자가 필요하다. 그 역할을 영어권 출신 외국인들이 짊어졌다는 사실을 보면 M&A전쟁의 주역은 여전히 ‘외자’라고 말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