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가 자연이고, 어디까지가 사람일까. 이우림 작가의 그림에서 ‘경계짓기’란 쉽지 않다. 안과 밖, 꿈과 현실, 풍경과 사물, 사람과 자연은 그림 속에서 따로 또 같이 어우러지며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처럼 어딘가 불확실하고 모호한 분위기 때문에 이 작가의 작품은 종종 ‘꿈결같다’, ‘몽환적이다’라는 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나뭇잎, 옷, 동물 등의 세부 묘사는 마치 사진을 들여다보는 듯 촘촘하고 세밀하다. 지극히 사실주의적인 화법으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점에서 이우림 작가의 작품은 주목할 만하다. 이런 의미만큼이나 그림을 ‘보는’ 즐거움도 쏠쏠한데, 작가 특유의 동양적이고 신비로운 그림체는 분명 관객을 작품 앞으로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꽃이나 나뭇잎을 즐겨 그리고, 등장인물의 생김새도 단조로워 얼핏 중국 작가의 그림이 아닐까 오해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이런 점이 중국 관객에게는 친밀하게 다가왔는지 중국에서 특히 주목받는다고 한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인물의 동적인 움직임이 부각된’ 신작을 포함해 작가의 최근작 17점이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