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겼다. 감각있다. 무엇보다 음악이 좋다. 카사비안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란 이 정도일 것이다. 새 앨범 ≪West Ryder Pauper Lunatic Asylum≫의 평가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미래지향적으로 들리는 앨범이다. 사이키델릭을 대놓고 차용하며 겹겹이 쌓이는 사운드의 층 사이에 멜로디가 시뻘건 딸기잼처럼 눌어붙은 이 무시무시할 정도로 매혹적인 사운드는 고릴라즈의 데뷔작을 프로듀싱한 댄 나카무라의 능력이다. 귓등을 때려대는 비트가 정신을 쏙 빼놓는 <Underdog>와 도어즈를 연상시키는 <West Ryder Silver Bullet>와 <Fire>는 ‘환각적이면서도 솔풀한 음악’이라는 기획 의도를 완벽하게 드러낸다. 앨범의 제목마저 1800년대에 개업해 2003년에야 폐쇄된, 영국에서 최초로 환각 증상 치료를 시행한 정신병원의 이름이다. 라스 폰 트리에의 <킹덤>이 연상되는 배경에서 불길하고 매혹적인 사운드가 1천만 헥타르의 면적으로 펼쳐지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이 앨범은 ‘풀’에 대한 강박증이 유난한 대한민국에선 절대로 나올 리 없는 사운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