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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요리] 계란말이의 로망 또는 현실
박찬일 2009-06-24

요리영화는 아니지만, 음식이 영화의 정교한 장치로 쓰이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랜 토리노>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마음을 여는 열쇠로 감독은 음식을 선택했다. 몽족 소녀의 집에서 고유의 요리를 먹으며 이스트우드는 시니컬했던 이민족에 대한 감정을 푼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도 그런 부류의 영화다. 츠네오는 우연히 아르바이트하던 마작판에서 한 할머니를 만나고 그가 끌던 유모차 안에 있던 장애인 소녀 조제를 알게 된다. 밤샘 일을 마치고 따라간 조제의 집에서 츠네오는 기대도 않던 맛있는 음식에 입맛이 살아난다.

츠네오는 계란말이를 베어무는 순간, 감동의 쓰나미에 빠진다. 치이익, 알맞게 달군 번철에 기름을 두르고 달걀을 깨뜨려 넣는다. 기포와 여백없이 스펀지처럼 잘 구운 계란말이는 일본인의 로망이다. 촉촉하면서도 알맞은 질감, 단맛과 짠맛의 조화, 모양새까지 살핀다. 스시집의 기본기를 계란말이를 얹은 초밥의 수준으로 판단하는 경향도 있을 정도다. 디테일에 철저한 일본인 정서의 단면이 드러난다. 우리 엄마처럼 대충 말았다가는 주부의 자질을 의심받을지도 모른다.

츠네오가 받아든 그 아침의 밥상, 한국에서 보면 손님 학대다. 절인 야채로 보이는 작은 접시 하나, 야채졸임, 계란말이가 전부였으니까 말이다. 우리가 얼마나 잘 차려먹는지, 일본까지 가지 않아도 이 영화의 한 장면으로 충분히 가늠된다. 최근 한식 세계화가 이슈다. 그러나 한식의 자존심을 되살리지 못하면 세계화도 없다. 5천원짜리 백반에 김치가 두 가지, 반찬이 다섯 가지에 찌개가 나온다고 좋아만 할 일이 아니다. 재활용에 대한 의심, 영세한 식당업주와 노동자들의 희생이 그 가격을 붙들어놓는다. 국민소득 2만달러에 한상 차린 밥값이 4달러는 세계에 유례가 없다. 참고로 한식당에서 공짜로 주는 계란말이, 일본 가면 5천원짜리다.

츠네오는 잊었던 음식의 맛을 깨닫는다. 조제, 조제 할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평화롭다. 시골에서 부쳐주는 요리 재료까지 조제네로 가지고 가서 요리를 한다. 끓고 있는 전골냄비는 따뜻하게 풀린 츠네오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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