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은 화염으로 발전한다. 조월의 ≪네가 이곳에서 보게 될 것들≫은 그 화염이 어디로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지켜보는 과정 같다. 별의 멤버이자 ‘우리는속옷도생기고여자도늘었다네’(속옷밴드)의 멤버였던 조월의 음악 활동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밴드 진공악단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과정은 리버브로 사운드를 강제 확장시킨 뒤 거기서 생긴 공간감을 극대화하는 스타일로 발전했다. 장르 논쟁은 무의미하다. 중요한 건 방법론이 아니라 무드와 그게 환기하는 이미지들이다.
이 앨범은 불편하고 껄끄럽다. 익숙한 멜로디는 금방 분해되고 조각들은 어지럽게 헤매다가 다른 음으로 도약한다. <this is the night> <온도시가불타는꿈> <불꽃놀이>에 이르기까지 방황하는 음표들로 가득하다. 거대한 낙서의 조각을 잘라놓은 부클릿의 이미지도 그렇다. 표지는 뭔가 거대하고 무서운 것의 붉은 눈동자다. 우리가 여기서 본 것은 무엇인가. 어쩌면 우리는 화염 속에 살고 있다. 그건 묵시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