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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실종된 그를 기억하며
김도훈 2009-06-11

≪Journal for Plague Lovers≫/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소니뮤직 발매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이하 매닉스)의 새 앨범을 이야기하면서 리치 에드워즈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기타리스트였던 에드워즈는 지난 1995년 공연을 하루 앞두고 실종됐다. 그리고 다시는 세상에 돌아오지 않았다. 모두가 매닉스는 끝이라고 했다. 매닉스는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노동자의 분노를 담은 노랫말들로 끝내주는 록 음악을 만들어내며 현명하게 나이를 먹었다. 9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Journal for Plague Lovers≫는 사라진, 그러나 여전히 매닉스의 영혼에 머무르는 리치 에드워즈를 위한 앨범이다. 매닉스는 실종 전 리치가 남긴 메모들을 모두 끌어모아 노랫말을 만들었다. 솔직히 말해보자. 1995년의 리치 에드워즈는 세상에 분노하는 어린 청년이었다. 노랫말은 분노와 감성 혹은 (혹자에 따라서는) 별볼일 없는 아포리즘의 연속이다. 그러나 매닉스는 에드워즈의 가슴으로부터 배설된 은유들에 매닉스적인 록 사운드를 접목시킴으로써 언제나처럼 매닉스적인 록 앨범을 만들어냈다. 오아시스는 지겨운데 왜 매닉스는 아직도 지겹지 않은걸까, 라는 감탄이 저절로 튀어나온다. 그건 이 남자들이 14년 전과 똑같이 ‘진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