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게임천국이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도 많고, 하는 사람도 많고, 게임에서 파생돼 나오는 각종 부가산업들의 경쟁력도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그중에는 일본이 자랑하는 게임기업 ‘닌텐도’(任天堂)도 있다. 2009년 초, 닌텐도가 게임업계가 아닌 일본 산업계 전체를 크게 놀라게 했다. 매년 ‘글로벌 100대 브랜드’ 순위를 발표하기로 유명한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팅 회사 ‘인터브랜드’가 처음으로 순수 일본 브랜드들의 가치를 발표했을 때의 일. 이 조사에서 5위에 오른 닌텐도는 약 8500억엔의 브랜드 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특이한 점은 1위를 차지한 도요타, 2위의 혼다, 3위 소니, 4위 캐논의 브랜드 가치가 모두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음에도 닌텐도만이 브랜드 가치 5%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의 ‘닌텐도 DS’나 ‘닌테도 위(Wii)’가 시대를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템으로 떠오르기까지 닌텐도가 성공가도만을 달려오지 않았음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에 완전히 시장 주도권을 빼앗겼을 때만 해도 닌텐도의 부활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2006년에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와 차세대 비디오 게임기 ‘위’를 발매하면서 이 작은 게임회사는 다시 한번 전세계인의 ‘오락’을 책임지는 거대 기업이 되었다.
닌텐도 신화를 분석한 많은 경영학 서적들이 지적하듯 이런 성공의 가장 큰 원천은 ‘소프트웨어’를 향한 끊임없는 열정 때문이었다. DS나 위 등 닌텐도의 하드웨어들이 가진 기능은 단순하기 그지없다. 실제로 닌텐도의 수익구조도 하드웨어 판매가 아닌 소프트웨어 판매량에 크게 의존한다. “게임기를 산 사람은 반드시 게임소프트를 산다”는 단순하지만 명확한 논리에 기반하는 것이다.
그리고 닌텐도는 게임을 개발할 때도 이런 단순하고 명확한 기업정신을 반영한다. 좀더 많은 사람들이, 굳이 설명서를 읽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게임. 그렇다면 지금까지 닌텐도가 가장 많이 판 게임소프트는 무엇일까? 먼저 게임기 발매와 동시에 자사의 ‘제2 전성기’를 가져온 DS용 타이틀 중 닌텐도가 발표한 전세계 누적판매량 1위 제품은 <닌텐독스>. 원하는 캐릭터의 강아지를 골라 애완동물로 기르는 이 단순한 게임은 총 5가지 버전이 출시됐는데 시리즈를 단일제품으로 간주해 집계한 결과, 전세계에서 약 220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2위는 닌텐도의 영원한 고전 마리오 시리즈인 <뉴 슈퍼마리오 브러더스>(1760만장), 3위는 ‘뇌훈련’을 모토로 내건 <매일매일 DS 두뇌트레이닝>(1680만장)다. 일본에서 특히 큰 판매고를 기록한 <포켓몬스터 다이아몬드 펄>(1640만장)이 4위에 올랐고, 5위는 출시 즉시 경이적인 판매고를 기록한 레이싱 게임 <마리오카트 DS>(1380만장)가 차지했다. 닌텐도 역사의 산증인이기도 한 ‘마리오’ 캐릭터는 파미콘과 게임보이 세대를 거쳐 DS와 위로 이어지는 시대변혁의 와중에도 건재함을 과시했다.
DS 발매로 시장을 주도하게 된 닌텐도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같은 해 연말 ‘차세대 비디오 게임기’ 위를 발매하며 플레이스테이션이 주도하던 시장에 또 한번 대변혁을 일으켰다. 더불어 위 전용 타이틀 역시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본체를 구입하면 기본 타이틀로 제공되는 <위 스포츠>(Wii sports)와 <처음 만나는 위>가 나란히 판매순위 1, 2위를 기록했는데 각각 4050만장, 2091만장씩 어마어마하게 팔렸다. DS 타이틀 판매량 상위 1, 2위의 합계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전세계 가정에서 ‘위’ 게임기를 얼마나 많이 구입했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 1889년 화투를 만드는 작은 기업으로 시작한 닌텐도는 끊임없는 변혁을 통해 각 가정에서 화투가 차지하던 자리를 이제는 ‘위’로 대체해나가고 있다. 물론 가장 재미있는 것은 그 둘 모두 스스로의 작품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