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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현대 인도, 그 혼란의 아름다움
장영엽 2009-05-21

<인도현대미술전: 세 번째 눈을 떠라!> /6월7일까지/국립현대미술관/02-2188-6114

바르티 케르, <심리적 푸가>, 2008

인도문화 이해도 상승 지수 ★★★★ 시끌벅적 지수 ★★★★★

인도를 생각하면 어쩐지 시끌벅적한 느낌이 든다. 원색의 천이 모자이크처럼 얽히고설킨 빨래터, 사람들 사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는 코끼리, 어느 인도영화든지 관습적으로 등장하는 집단 가무까지. 화려하고 소란스러운 이미지가 머릿속을 떠돈다. 그런데 인도의 요지경은 다른 나라의 시끌벅적함과는 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대부분의 문화에서 혼란과 소란스러움은 환경에 따른 필요악으로 간주된다. 사람이 너무 많은 중국이나 인종이 다양한 미국이 그렇다. 그들은 국가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뭉치기 위해 고유의 색을 흡수하거나, 중도의 색깔을 찾아 개개인을 적당히 버무려넣는다. 그렇다면 인도는 어떤가. 신분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인종이 달라도 그들은 자신의 개성을 잃지 않은 채 따로 또 같이 존재한다. 이런 환경에서 비롯되는 혼란과 시끌벅적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 ‘인도’스러운 문화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이 바로 인도 현대문화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한 <인도현대미술전: 세 번째 눈을 떠라!>는 인도 특유의 ‘혼란의 미학’을 가감없이 드러내 보이는 전시다. 인도의 현대미술 작가 27명의 작품 110여점을 소개하는 이 전시는 특히 변화하는 현대 인도의 역동성에 주목한다. 그 구체적인 증거물이 바로 ‘빈디’다. 빈디는 미간에 붙이는 물방울 모양의 인도 전통 장식물로, 눈 사이에 붙인다고 해서 ‘세 번째 눈’이라고도 불린다. 지혜와 상서로움의 상징이었던 이 장식물은 현대 인도에서 패션 소품, 관광 상품 등으로 쓰이기도 한다. 인도의 젊은 세대 미술가들은 빈디로 코끼리 몸통을 뒤덮거나(<피부는 자신의 것이 아닌 언어로 말한다>), 1만개의 빈디로 형형색색의 원반을 만들어(<심리적 푸가>) 이와 같은 변화를 스스로 증거한다. 한편 인도의 전통의상을 입은 신부와 할리우드 여배우의 사진이 교차되는 <삽타파디의 차루: 결혼장면>이나 1루피의 커다란 동전 뒤로 ‘1루피면 인도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전화 광고와 ‘1루피가 없어 자살한’ 소녀의 모습이 교차하는 <죽음의 격차>는 신흥 자본주의 국가 인도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한편 이번 전시에는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가 직접 진행하는 갤러리 토크와 국내 인도 전문가들이 인도의 신화·철학·미술 등을 강의하는 릴레이 강연회 또한 준비되어 있다. 인도영화 상영회, 헤나 그리기, 요가 따라하기 등의 부대행사도 놓치지 말 것. 자세한 사항은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