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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롤잇] 어린이로 살기도 힘들다네
이다혜 2009-05-21

홍승표의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

시험 때마다 하던 생각. 1주일 전으로 돌아가면 좋겠다(공부를 안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나라는 인간은 과거로 돌아가도 역시 공부를 안 하겠구나 하는 ‘주제파악’이 되고 나면, ‘지금의 자각을 가진 채’ 과거로 돌아가면 좋겠다고 생각을 수정한다. 마치 생각하는 대로 될 수 있다는 듯이. 홍승표의 웹툰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를 보며 놀랐던 이유는, 딱 그런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역시 다들 같은 생각을 하는구나. 나와 남기한의 차이는, 남기한이 만화 주인공이기 때문에 그 가정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점.

여튼, 주인공 남기한은 공무원 시험준비생이다. 벌써 세 번째 낙방. 시간은 가고 나이는 들고. 후회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이럴 줄 알았으면 어렸을 때부터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는 건데”에 이른다. 그래서 내린 결론. “만약 지금 이 생각 그대로 어릴 적으로 돌아간다면?” 그 생각을 품고 잠에 든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1992년, 11살 때로 돌아가 있었다.

어른의 마음으로 돌아간 11살. 가장 처음 알게 되는 건 아침 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사실과 어린이의 괄약근으로는 배탈기를 참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 가끔 꼬맹이들 앞에서 영어 잘하는 척할 때도 있지만 아이들의 호기심(“빗자루는 영어로 뭐야?” “출석부는 영어로 뭐야?”) 앞에 곧 두손 두발 다 든다. 게다가 쉬는 시간은 또 얼마나 시끄러운지.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는 어른 머리에 어린 몸으로 어린 시절을 다시 겪으면 어떨까를 상상한다. 어른 눈으로 보는 어린 시절은 그저 놀고 먹고 공부하는 게 다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서 현재진행형으로 겪는 어린 시절은 까다롭기 그지없다. 어른의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고 해서 매사가 순조롭게 풀려가지는 않는다. 게다가 미래를 예측(?)하는 발언을 해도 어린아이 말이라고 아무도 귀기울여주지 않는다. 그제야 새록새록 어린 시절이 ‘진짜’ 어땠는지 떠오른다. 책상 가운데 ‘38선’을 그어놓고 팔꿈치라도 넘어오면 결사적으로 싸우던 의미없는 절박함, 고시준비생이라 해도 초등학생 때 배우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지 않다는 깨달음. 아, 어린이로 사는 것도 힘들었었지. 새삼 깨닫게 해주는 유쾌한 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