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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소박했던, 따뜻했던
장미 2009-05-21

<장석조네 사람들>/ 6월14일까지/ 대학로 연우 소극장

1970년대 서울 미아리. 함경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등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가난한 사람들이 이마를 맞대고 끈질기게 삶을 이어가던 곳. 김소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장석조네 사람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솟아오르는 마천루의 그림자 아래 달동네들이 숨죽인 채 늘어가던 당시 미아리를 배경으로 하는 연극이다. 양은 장수 끝방 최씨, 겐짱 박씨 형제, 비운의 육손이 형 등 여덟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그려나가는 건 ‘한지붕 아래 아홉 가구가 모여 사는 기찻집 사람들’. 방언은 물론 입말의 풍미를 잘 녹여낸 원작 소설의 문장에서 95% 이상의 대사를 가져왔다니,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의미심장한 작품으로 다가오지 않을는지.

김소진 작가는 마지막 소설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에서 미아리 산동네를 두고 “여태껏 나를 지탱해왔던 기억, 그 기억을 지탱해온 육체”라고 표현할 만큼 애정을 드러냈다고 한다. 공연시간이 3시간10분에 이른다는 이 길고 긴 공연을 보고 나면 70년대 서울을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일지라도 그 시절의 소박한 풍경이 아릿하게 마음을 저며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