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 출간된 <다큐먼트 비닉 수사 경시청공안부 스파이 헌터의 344일>(<TBS> 방송 기자인 다케우치 메이 지음)이라는 논픽션이 일부 매스컴과 공안관계자 사이에서 화제다. 책에서 묘사된 재일 러시아 정보기관원들을 추적·감시하는 경시청 공안부의 수법이 ‘99%까지 진실’(공안관계자)이기 때문이다. 외국 간첩의 활동을 방지하는 법이 없어 국제적으로 ‘스파이 천국’으로 알려진 일본이지만 1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계속된 공안경찰의 ‘대러(대소련)방첩작전’의 실태는 감추어져왔다. 취재를 통해 단편적으로 그 내막을 접해온 기자들도 입수한 정보를 그대로 밝히기를 사양하는 게 전통이었다. 그 전통이 바뀐 계기가 2007년 여름에 나온 소설 <에스피오나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선전 포고>라는 베스트셀러로 알려진 저자 아소우 이쿠는 일간지와 주간지 기자로 활동하면서 정보당국 내의 강력한 인맥을 통해 얻은 정보를 무기로 세밀하고 박력있는 작품을 생산해왔다. <에스피오나지>에 묘사된 대러방첩작전의 활동 묘사도 진실에 가까워 공안경찰에 대한 기자들의 자세를 전환시키는 데 충분했다. 물론 일선 기자들이라고 공안경찰의 깊은 내막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에 와서 상세한 정보가 새나오게 된 배경에는 공안경찰의 방침전환이 있었다고 추측된다. <에스피오나지>도 <다큐먼트 비닉 수사…>도 러시아 정보기관을 악역으로 묘사하면서 동시에 그들과 접촉하는 일본 외교관이나 정치인들을 견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냉전이 끝나고 일·러관계가 변하는 가운데 다양한 루트를 거쳐 러시아와 접촉하는 그들의 모습이 공안경찰의 눈에는 ‘이적 행위’로 비치는 것이다.
이러한 ‘픽션×논픽션’의 정보전은 일·러관계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두 작품에 대항하듯이 2007년 연말과 올해 봄에 1, 2편이 연속 출판된 소설 <경시청정보관 시리즈>(하마 요시유키 지음)는 주로 일본과 북한·중국과의 정보전을 주제로 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북한과 관계가 깊고, 일본에서 불법적인 자금활동을 벌이는 한국의 모 종교단체를 언급한 부분. 경시청 공안부는 실제로 이 단체에 대한 수사망을 좁혀가는 중이다. 이 단체는 일본 매스컴에서도 다루기 어려운 대상이지만 그 내막이 머지않아 논픽션으로서 밝혀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