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뱀파이어 맞아요? =진짜 뱀파이어가 아니믄. 늑대인간입니까?
-날카로운 송곳니도 없잖아요. =<트와일라잇> 보셨습니까? 걔들도 송곳니는 없어요.
-에이. 그게 무슨 뱀파이어 영화예요. 그건 걍 할리퀸 로맨스잖아요. 햇빛 받으면 황금색으로 빛나는 뱀파이어가 말이나 되냐고요. =어쨌든 피가 주식이니 뱀파이어가 맞는 거 아닐까요.
-그렇다고 칩시다. 근데 신부님은 어떻게 뱀파이어가 된 건가요? =남자들에게만 전이되는 바이러스 ‘이브’를 퇴치하러 아프리카에 갔다가 저도 바이러스에 걸려 죽을 뻔했어요. 그런데 하필 제가 수혈받은 피가 뱀파이어 피더라고요.
-세상에 그런 우연이 어딨습니까. 그런 걸 영화로 만들면 진짜 볼 만하겠다. 진짜 웃기겠다. =지금 <박쥐> 보고나서 저 만나시는 거 아닌가요?
-농담이에요. 농담. =별로 안 웃깁니다.
-유머 감각도 없으셔라. =피나 먹고 사는 주제에 웃을 일이 있어야죠.
-그러네요. 저의 주특기인 끝내주고 절묘하고 야심찬 유머는 그만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농담은 좀 웃기네요.
-하여튼 좀 희한한 게 있더라고요. 왜 붕대감은 성자가 되셨다가 어릴 적 친구인 강우 가족을 만나잖아요. 근데 그 친구랑 원래 친했어요? =그럴 리가 있나요. 어릴 때도 병신이었어요 걘. 그놈 어미는 지금보다 더 악질이었고. 제가 고아라 왕따를 종종 당했는데, 강우도 항상 왕따였거든요. 하는 수 있나요. 왕따끼리 뭉쳐서 살아남는 수밖에. 제가 고아만 아니었더라도 그딴 병신은….
-그랬더라면 신부님이 될 리도 없었겠네요. =아멘.
-근데 수십년간 참았던 욕정이 갑자기 터져나온 이유는 뭔가요? =이전에는 태주씨 같은 여자를 만나지 못했었기 때문이죠.
-어머. 그럼 세상의 모든 신부님들이 마음에 똑 맞는 여자만 만나면 금세 성당 미사 집어치우고 여관방에서 즐길 위인들이란 소립니까 그거? 위험해요 위험해. =어허 이 사람 왜 이러시나. 그게 아니죠. 뱀파이어가 되고나면 본인도 모르게 동물적인 감각들이 더 선명해진다는 말입니다. 욕정을 참기 힘들게 됩니다.
-에이. 잘 참으시던데. 일부러 돌을 맞기 위해 황우슬혜씨를 강간하는 시늉만 할 정도로 자기 절제가 완벽하시드만요. 괜히 유부녀에 대한 애정을 뱀파이어의 본성이라는 핑계로 정당화하는 발언처럼 들리는데요. 그냥 말씀하세요. 옥빈이가… 아니, 태주씨가 좋더라고. 유부녀인데 너무 좋아져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그냥 말하셔도 됩니다. =아흐. 이 사람이. 그게 아니라니까.
-사람 참 복잡하시네요. 존재 자체가 모순이네요 진짜. 신부님인데 뱀파이어고. 피는 마시는데 살인은 안 하고. 본능적인 욕정은 끓어오르는데 딱 한 여자만 탐하고. 참 복잡하게 사십니다. 박찬욱 감독 영화 주인공 아니랄까봐. =아. 이 사람이 진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너 밥은 먹고 다니냐?
-네? =나 밥 안 먹었어. 지금 무지 배고파. 계속 토 달면 더 배고파질 거 같아.
-죄송합니다 형님. 제 피 맛없어요. 살려만 주세요. =내 말에 토 다는 XX는 전부 배반형이야, 배신. 배반형 무슨 말인지 알겠어? 앞으로 직사시켜버리겠어. 잠자는 개에게 햇빛은 결코 비추지 않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