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윤의 속마음이 궁금해 지수 ★★★★★ ’진짜 아티스트’ 운운은 금물 지수 ★★★★
어쿠스틱 악기는 전자 악기보다 진정성 있는 사운드를 만들까. 대부분의 수용자들, 그리고 창작자들도 이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고 생각한다. 진정성 어쩌고가 너무 과하다면 ‘더 가치있는’이나 ‘더 좋은’으로 바꿔도 좋다(본질은 비슷하니까). 일단 내가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걸 밝혀두자.
박지윤의 7집이자 새 앨범 ≪꽃, 다시 첫 번째≫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녀는 <성인식>의 주인공이자 꽤 오랫동안 JYP엔터테인먼트(혹은 가요계)를 대표하는 섹시 여가수였다. 그런 그녀가 6년 만에 피아노, 첼로, 어쿠스틱 기타와 차분한 목소리가 마블링처럼 회전하는 앨범을 냈으니 생각이 많아지는 게 당연하다. 너무 집중해서인지 이런 반응마저 의도한 게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비평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들어보니 (의외로) 좋네요’란 보편적인 반응에 대한 얘기다. 사실 이 앨범은 탄탄하다. 연애와 사랑, 관계에 대한 고백적인 수사로 채워넣은 노랫말은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균형을 유지하고 그걸 지탱하는 사운드는 촘촘하다. 낮게 깔리는 첼로 위로 기타 피킹이 심금을 울리는 <봄, 여름 사이>와 <그대는 나무 같아>, 디어 클라우드의 절절한 감성이 연상되는 <바래진 기억>, 피아노가 리드하는 <잠꼬대>, 드라마틱한 전개의 <4월 16일> <괜찮아요> 등은 보드랍고 따뜻한 양말 같다. 실밥 하나 보이지 않는다. 이런 노래들이 호평받는 건 당연하다.
흥미로운 건 홍보에 쓰인 ‘진정한 아티스트로 돌아온 박지윤’ 같은 수사학이다. 아티스트란 말이 한국에서 ‘진정성을 가진 창작자’ 정도로 과분하게 쓰이는 걸 떠올리면 이 앨범이야말로 ‘진짜 아티스트 박지윤’에 대한 증거자료일 거다. 그럼 이전의 그녀는… 아티스트 지망생? 그러니까 기껏 14세기 예술론에 기댄 담론이다. 21세기에 그게 멀쩡할 리 없다. 나는 <성인식>이 잘 만든 가요고 그때 박지윤의 가치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녀가 어쿠스틱 사운드 깔개 위에서 우아하고 담담하게 노래한다고 ‘진짜 예술가가 되었다!’고 호들갑떨고 싶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 수사학에 말릴 때 비평은 힘을 잃는다. 숨겨진 것보다 드러난 게 더 중요할 때가 있다. 그러므로 ≪꽃, 다시 첫 번째≫는 대답이 아니라 욕망의 조각이다. 박지윤은 과연 뭐가 되고 싶은가. 무얼 욕망하는가. 되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