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매력적인 것은 그 안에 울림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단조로운 공간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호퍼의 인물들은 마음속에 품고 있던 고독과 공허의 정서를 캔버스 바깥의 관객에게 선뜻 드러내보인다. 얼굴 표정이 아니라 맨 등을 보여주더라도 말이다.
데이비드 코티의 그림에는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에서 느꼈던 울림이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코티의 그림은 좀더 청각적인 울림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잿빛으로 채색된 사람들은 개성이 없고 단조롭게 표현되었지만, 그들이 한데 모여 있는 공간에서는 금방이라도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올 것 같다. 개별적으로 보면 별 의미없는 오브제들이 전체가 되었을 때 하나의 커다란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작품의 이러한 특성 때문인지 코티의 그림에는 공공장소가 유독 자주 등장한다. 한낮의 공원, 공항 대합실, 전철역은 공간과 사람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재구성할 줄 아는 작가에 의해 활력과 소음을 얻는다.
데이비드 코티의 개인전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데이비드 코티의 유화와 수채화 약 20여점을 선보인다. 에드워드 호퍼, 윌리엄 터너, 조르주 쇠라의 그림체를 좋아하는 관객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