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승님은 삼국시대 때 각연사라는 절을 창건하셨던 유일대사님이다. 지난해 단오날 우연히 들른 절에서 대웅전 불상 옆에 앉아계신 이분의 목상을 보았을 때,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그분은 분명 나를 향해 웃고 계셨다. 밖으로 나와 절의 역사를 설명하는 안내판을 보니, 절의 창건자는 삼국시대 말기의 유일대사님이거나 아니면 신라 초기의 통일대사님일 거라는 것이었다. 대사는 영어로 ‘meister’로 번역돼 있었다. 마이스터. 그러니까 득도한 사람이다.
그날, 나는 유일대사님을 내 스승으로 임명하고, 스승님, 살아계신 것 다 알아욧, 신라시대 통일대사님도 사실은 유일대사님 환생 맞죠? 웃은 죄가 있으니 내가 뭐 물어볼 때마다 즉각 대답해주셔야 돼욧, 했다. 그뒤, 노느라고 바쁜 데다가 사실 궁금한 것도 별로 없어서 자주 스승님을 찾지는 않았다. 상전처럼 떠받듦을 요구하면서 궁금하지도 않은 지식으로 사람을 고문하는 그런 스승들이 대부분인데, 평소에는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필요할 때마다 펼쳐드는 사전이나 참고서적같이 취급해도 불평 한마디 없는 우리 스승님이 나는 참 좋다.
오늘 간만에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 검찰수사 기사들을 보게 되었다. 역시 언론은 요괴들의 굿판이었다. 활자 하나하나가 다 춤추는 요괴들의 그림자였다. 구르지예프는 “우리가 시체들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놀랄 것”이라고 했다. 우리를 지배하는 권력자들이 말 그대로 ‘영혼이 죽은 시체’들이라는 것이다. 재수도 없고 졸리기도 해서 대사님에게 “펑크내고 잠이나 잘까요?”하고 자문을 구했더니 “너, 그 책 이야기 쓴다면서?”하고, 꿀밤을 먹이시질 않겠는가.
그맘때, 나는 <초인들의 삶과 가르침을 찾아서>(베어드 T. 스폴딩 지음/정신세계사 펴냄)라는 책에 푹 빠져 있었다. 5년 전만 해도 뭐 이런 황당한 거짓말이 다 있지? 하면서 소설책 취급했을 터인데, ET를 만난 드루 배리모어보다 더 환상적인 체험을 집중적으로 하고보니, 아니, 천기를 대폭 누설하는 이런 책이 벌써 출판되었는데도 사람들이 아직 그렇게 살고 있단 말이지? 하고 놀라는 쪽이었다. 폐교에서 같이 생활했던 사람 중에 대졸 청년이 있었다. 세칭 명문대 출신이라 “그 대학 다닌 사람치고 바보 아닌 사람 못 봤다”는 나의 놀림을 두고두고 당해야 했던 이 청년은, 평소 갈등이 심했던, 목사이신 모친께 이 책을 권했다. 결과, 모자의 사이는 더 나빠졌다. “책이 너무 괴상해서 도저히 더 못 읽겠다”면서 자신을 사이비종교 광신도가 된 것 아닌가 의심하시더란다.
우스운 것은, 성경 자체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현대의 기준”으로 판단하면, 이 책보다 수억만배는 더 황당하다는 것이다. 황당하거나 말거나 성경이 숱한 세속 종교권력자들의 자의적인 덧칠 속에서도 예수님 복음의 정수를 간직하고 있다면 스폴딩의 책은 성경보다 유명하지 않은 덕분에 그 모든 내용이 한치의 덧칠없는 진실이라는 것을 내가 내 모든 게임 계정을 걸고 보증할 수 있다. 덤으로, 도대체 할리우드가 뭣하자는 곳인지 궁금한 분들은,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셔야 한다. 비밀의 열쇠가 책의 행간 어디에 숨겨져 있다. 못 찾으면 여러분 탓일 뿐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