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4월 28일(화) 오후 2시 장소 왕십리CGV
이 영화 억대의 빚을 짊어진 남자 김씨(정재영)는 자살하기 위해 한강으로 투신한다. 하지만 그는 의도치 않게 한강 밤섬에 표류하게 된다. 그의 절박한 구조요청은 번번이 묵살당하고, 김씨는 밤섬에서 원시적인 생활을 꾸려나가기 시작한다. 한편 밤섬 건너편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여자 김씨(정려원)는 집밖으로 두문불출하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다. 그는 우연히 망원렌즈로 밤섬에서 표류중인 남자 김씨를 발견한다. 그의 행동에 궁금증을 느끼던 여자는 마침내 와인병에 메시지를 넣어 강물에 띄우게 된다.
100자평
도심속 무인도인 밤섬에 홀로 고립된 자살 미수 남자와 한강변 아파트 자신의 방에 처박힌 은둔형 외톨이 여자라…. 일단 발상은 대단히 신선하다. 또한 그 발상을 특이한 생존방식과 소통의지, 나아가 희망의 교류로 이어나가려는 의도도 의미있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중반 이후 뒷심이 크게 달린다. 특히 여자의 삶을 묘사하는 방식은 너무 표피적인데, 좀더 인물묘사에 디테일을 살리고 문제의식을 더 깊게 가져갔어야 좋았을 듯 싶다. 남자가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자력갱생의 의지를 불태우는 동안 여자는 첫 교신시도 후 3개월 동안 답신만 기다린 상태라는 것은 너무 안이한 설정이지 않은가? 그래도 엄마(양미경)가 등장하는 짧은 순간 만큼은 눈물을 맺히게 하는 힘을 지닌다. 만만치 않게 추운 계절이 있는 서울에서 어떻게든 끝을 맺어야 하는 결말부에서, 영화는 군사문화의 대표격인 해병대의 침입(?)으로 ‘김씨 표류기’에 종지부를 찍게 하는데, 이는 현실적 절망을 드러내는 설정으로 받아들일만 하다. 그러나 역시 과잉통치성의 대표격인 민방위 훈련을 희망의 징표인양 활용하는 것은 역설이라기 보다는 부적절한 상징으로 읽힌다. 좋은 발상과 의도가 더욱 풍부한 서사와 메타포로 가득 찼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크게 드는 영화이다. 황진미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