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프렌들리 지수 상승도 ★★★★ 유물 나이 4천살은 축에도 못 끼지 지수 ★★★★★
이집트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단연 스핑크스, 파라오, 미라일 것이다. 삶보다 사후세계를 더 중히 여겼던 이집트인들의 문화는 리얼리티에 지극히 충실한 한국 사람들에게는 다른 세계 얘기 같다. 그러나 이렇게 얘기해보면 어떤가. 그들도 우리가 고양이와 강아지를 사랑하는 만큼 새끼 악어를 애지중지 키웠다고, 눈이 더 커보이기 위해 천연재료로 아이라이너를 만들었다고, ‘미셸 오바마’ 스타일이 유행하는 것처럼 이집트 여왕과 왕비의 머리 스타일에 주목했다고 말이다.
한국 박물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집트문명전: 파라오와 미라>는 고대 이집트 문명을 좀더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전시회다. 고대 이집트의 생활용기와 파피루스 문서, 방대한 조각품과 미라 등 유물 231점이 공개된다. 유물의 평균 나이가 5천살이다보니 보관문제로 진품이 외국 나들이 하는 건 흔치 않은 기회라고 한다. 이집트 유물에 관심많은 이들이라면 필견(必見)을 권한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됐다.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신과 내세관을 다룬 1부에서는 이집트의 주요 신과 주술 문화를 소개한다. 흑따오기, 매 등의 동물이 신의 분신이자 신성한 동물로 추앙되었으며, 이들이 죽으면 사원의 지하에 정성껏 매장하고 관계자만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2부에서는 파라오와 피라미드를 집중 소개한다. 이집트 왕조의 주요 통치자의 모습과 이들의 사후관리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떤 변화를 겪어왔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생활유물을 주로 전시하는 3부에서는 파피루스, 장신구, 그릇 등 일반 이집트 백성들의 유품을 소개하며, 이중 내세에 관련된 유물을 분류하여 4부에서 따로 소개한다. 당시 가장 유행했던 부적, 내세와 현세를 연결한다는 가짜문과 관 속에서 망자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던 봉헌판 등이 전시됐다.
이번 전시에 동원된 유물들은 오스트리아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의 이집트·오리엔트 컬렉션 중에서도 주요 작품만 선별한 것들이다. 이집트 정부와 직접 ‘유물분배협정’을 맺고 유물을 소장한 이 박물관은 이집트 유물 컬렉션으로는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한다. 그래서인지 국내외 고고학자, 이집트 학자들 또한 이 전시에서 만나볼 예정이다. 빌프리드 자이펠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 총관장을 비롯한 이집트 전문가들이 직접 준비한 강의가 마련되었으며, 이집트 벽화나 상형문자를 배우고 함께 그려보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