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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난 뒤] 롱런의 비결은?
장미 2009-05-07

뮤지컬 <아이 러브 유>/ 9월13일까지/ KT&G상상아트홀/ 남경주, 선우, 양꽃님, 한애리, 백주희, 고세원, 난아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담대하게 마음먹고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남경주가 출연한 뮤지컬을 지금껏 단 한편도 본 적이 없다. 맞다. 한심하면서도 궁금했다. 뮤지컬계의 간판스타라는 이 남자는 대체 어떤 매력의 소유자일까. 그래서 갔다. 조금 늦긴 했지만, 2004년 국내에서 초연한 이래 38만명의 관객을 끌어들였다는 히트 로맨틱코미디 <아이 러브 유>를 관람하러. 남경주의 연기를 직접 확인하리라는 확고한 목적의식 아래. 달뜬 마음으로 공연장을 나와 내린 결론이라면 다음과 같다. ‘롱런하는 자에겐 특별한 매력이 있을지니.’

총 20장으로 이뤄진 이 옴니버스 뮤지컬에서 나이도, 성격도, 처지도 다양한 60여개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는 단 4명이다. 숨 고르기도 가쁠 시간에 완전히 다른 삶에 녹아드는 기막힌 변장술에 힘입어 연애와 결혼, 섹스, 육아, 가족, 황혼기의 만남 등 열렬하거나 지루하거나 옹졸한 사랑의 여러 얼굴들이 소개된다. 대개의 에피소드가 자신의 과거 중 일부를 연상케 할 만큼 사실적이지만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건 솔직하다 못해 잔인하기까지 한 일부 장면들. 특히 인생의 동반자를 떠나보낸 두 노인이 장례식장에서 부킹(?)에 성공한다는 이야기는 이상할 만큼 날카롭게 가슴을 친달까. 분명 끈덕지게 농지거리를 던지는 늙은 남자를 사랑스럽고도 유머러스하게 연기한 남경주의 공이 클 텐데, 그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그의 젊은 시절을 목도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새삼 밀려든다. 선우, 양꽃님, 한애리, 백주희, 고세원, 난아 등과의 호흡도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