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세 하루카의 인기는 여전하다. 현재 일본에서 개봉 중인 <오파이 발리볼>(가슴배구)에서는 오합지졸 남자 배구부 고문을 맡게 되면서 ‘우리가 잘하면 선생님의 가슴을 보여달라’는 요구를 승낙하고 마는 선생 미치코로 출연했고, 지금은 기무라 다쿠야와 함께 과학경찰수사대 뇌과학팀의 일원으로 나오는 TV시리즈 <미스터 브레인>을 맹촬영 중이다. 곽재용 감독이 일본에서 만든 <싸이보그 그녀>에는 남자친구 지로(고이데 게이스케)를 지켜주는 강한 사이보그이자 발랄한 여자친구로 출연해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일본판 엽기적인 그녀’가 되어 생일 턱을 쏜다더니 음식값도 지불하지 않고 튀어버리고, 사이보그임에도 치킨이 좋아 꼬마의 치킨까지 다 뺏어먹으며, 지로를 괴롭히는 사람이라면 저 멀리 날려보낸다. TV와 영화 모두를 오가며 자신의 전성기를 열어가는 ‘그녀’ 아야세 하루카를 만났다.
-당신도 영화 속 그녀처럼 과거로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나. =음, 막 태어났을 때로 돌아가고 싶다. (웃음) 아무런 기억도 없고 아무것도 상상할 수 없는 아기가 되고 싶다.
-곽재용 감독과는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소통했나. =<싸이보그 그녀>가 한국에서 뒤늦게 개봉하는 거라 그 사이 <해피 플라이트> <이치> <매직 아워> 등에 출연했으니 사실상 내 첫 번째 주연 영화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외국 감독과의 작업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식사는 무조건 같이 했고 대기 시간에도 꼭 옆에 붙어 있으면서 아무 얘기라도 하려고 했다.
-그의 이전 작품들을 본 적 있나. =<엽기적인 그녀>와 <클래식>, 그리고 시나리오를 쓴 <데이지>도 봤다. 특히 <싸이보그 그녀>는 <엽기적인 그녀>와 참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엽기적인 그녀2>라고 얘기하기도 했으니까. 내가 연기한 ‘그녀’는 강해 보이면서도 사실은 따뜻하고 약한 면모가 있다. 곽재용 감독님은 자기 이상형의 여자라고 했다. (웃음) 그리고 곽재용 감독님은 좀 독특하신 분 같다. 지로 같은 남자이기도 하고. (웃음) 비슷한 성향의 일본 감독을 찾으라면 못 찾겠다. 감정 표현에 섬세하다. 그 감정이 끊어지면 안되니까 특별히 테스트 촬영 없이 그걸 살려서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예전 TV시리즈나 영화 중에서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TV는 처음으로 큰 역할을 맡은 게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였다. 그 드라마를 하면서 내가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다. 영화는 아무래도 2007년 겨울에 촬영해서 실질적으로 첫 번째 주연작이라 할 수 있는 <싸이보그 그녀>다. 외국 감독님과 대화하고 흔치 않은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면서 얻은 게 많다. 또 꼽자면 드라마 <백야행>(2006)에서는 처음으로 악녀 역할을 맡아서 새로운 도전이었고 작업도 너무 즐거웠다. 나의 여러 모습 중 어두운 면모가 그 작품에 드러났다고나 할까. 그리고 드라마 <호타루의 빛>(2007)은 지금껏 내가 연기한 캐릭터 중 나와 가장 비슷해서 연기하기가 쉬웠다.
-존경하는 선배 연기자가 있나. =<히어로>에 함께 출연했던 마쓰 다카코를 좋아한다. 그 밝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좋다. 좀더 선배인 배우 중에서는 야치구사 가오루를 존경한다. <백야행>에서 나를 양녀로 받아준 가라사와 레이코로 나왔다. <매직 아워>에도 출연했는데 그러고보니 <싸이보그 그녀>에도 기자 역할로 나온다. 얘기하다보니 지금 생각났다. (웃음)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해피 플라이트> 무대인사 때 한복을 입고 무대에 서기도 했는데. =일본에서는 ‘치마저고리’로 부른다. 한국 문화에 대해 많이 알고 싶다. 곽재용 감독님에게서 한국 남자들은 무조건 군대에 가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놀란 적이 있다. 그리고 한국 음식점도 종종 가는데 ‘잡채’를 가장 좋아한다. (웃음)
-영화처럼 실제 지진이라는 상황이 닥치면 어떤 준비를 할 것 같은가. =지진장면은 오픈 세트에서 촬영했는데, 굉장히 큰 세트에서 실감나게 찍어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리라는 걸 상상하는 것 자체가 싫다. 그래도 내가 눈이 안 좋아서 콘택트렌즈를 끼는데, 지진이 나면 잘 피해다녀야 하니까 렌즈부터 챙길 것 같다. (웃음)